그녀 이야기

유럽갔다온 푸우와 토요일 데이트

misfortune4 2017. 9. 2. 17:57



여행을 다녀온 오빠가

사진을 보여주었다.

원장님과 찍은 사진이 많았다.

갑자기 오빠가 못생겨보였고 둘이 닮아보였다.

게다가 은근히 스킨십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 포즈가 꼭 누가(동근이형 부부라던지, 원장님이라던지) 시켜서 하는것같은

그 천편일률적인 대한민국부부들이 사진기앞에서 하는 포즈(부부라면 이정도는 해줘야지하는)라서 더 짜증이 났다.

그 안에서만큼은 오빠가 너무 촌스러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원장님은은 김경 감독(김소영 한예종 교수)님을 닮았다. 

물론 그만큼의 임팩트나 색깔은 없었고 좀 더 한국화(대한민국아줌마평균)되있다. 그분은 흡사 몽골인, 혹은 고려인의 느낌이 좀 난다.

EIDF에서 본 그분의 고려인에 대한 다큐때문이 아니라 전부터 그 기골이나 골격을 보고 느낀 것이다.

사람은 역시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하다.

오빠는 어찌보면 화선지라기보다는 묵 같은 사람이어서

어떤 화선지가 옆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려내는 사람같다.

오빠가 나와 찍은 사진들을 보니

정말 멋스러워 보이는데 말이다.

물론 오빠 입장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빠의 느낌은 또 다르겠지.


오빠가 다녀온 여행사진을 보며

오빠의 눈알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눈에 담겨있을 것들이 나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슬펐다.

오빠는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눈이 맑고 매섭다.

또 어떨땐 눈이 슬프고 아리다.

또 어떨땐 불안하고 무거워보인다.

오빠의 작은 눈이 너무 좋아서 눈위에다 키스를 했다.

오빠는 내가 만지거나 보비보비해도 그냥 강아지 얼음. 하듯이 가만히 있는다.

거절의사를 밝히지는 못하면서도 그렇게 편안하게 느끼는것 같지 않다.

오빠가 여자였다면 성추행당해도 가만있다가 집에와서 일기장에 분노의 일기 100장 쓸것같다. 


중세 성에서 결혼식을 했다고 했다.

프랑스인 부부와 오빠 친구형의 부부가 각각 반대쪽에 자식들을 옆에 세우고 있다. 

이질적이면서도 왠지 아주 옛날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럽의 사진에는 2017년이라는 증거가 없다.

건물도 카페도 호텔도 그랬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환멸을 느껴 아시아로 온다는데

어떻게 하면 저런 도시에서 환멸을 느낄 수가 있을까?

나는 내 평생 한국의 시끌벅적함이 어째서 한번이라도 좋지 않을까?

화려하고 들떠있고 시끌벅적한 (사람들이 활기가 돈다는) 도시가 언제나 내가 견딜 대상이었지 추구할 대상은 아니었다. 

유럽사람들은 카페든 레스토랑이든 나긋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얘기한다고 한다.

언제나 이야기하고 토론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다.

하지만 그 소리가 낮고 작다는 것이 더 좋다.

둘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언제나 남들을 엿보고 엿듣고, 남들에게 신경쓰고, 그만큼 자신도 과시하고 싶어하는

이 문화에 대한 역겨움이 나는 언제쯤 포기가 될까?

나는 나의 기분과 감각을 위해 이런 옷을 입었을 뿐인데

그걸 타인한테 몸매를 보이고 과시하기 위해라고 받아들이는 한국사람들만큼

답이 없는 나라가 또 있을까?

눈을 파내버리라고 하고 싶다.

나는 아무도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나만 그럴까? 아닐것이다. 

일부가 그런 의도로 야한 옷을 입는다한들 그게 어째서 모든 사람을 그렇게 봐도 된다는 논리가 될까?

참으로 일방통행 좋아하는 나라이다. 머리회로까지 일차선에 직진인걸보면. 



오빠랑

한강에 차 세워놓고

시니가 조금 실패한 파스타를 먹었다.

그래도 오빠가 독일보다는 맛있다고 해줘서 좋았다.

순간 오빠가 대단히 독일음식을 디스한다고 생각되었다.

오빠도 이를 느꼈는지 소시지와 족발과 맥주가 맛있다고 말했다.


차에서 내려 손을 잡고 100미터쯤되는 작은 길을 왔다갔다 했다.

꼭 세팅된 인형들처럼 뱅뱅돌다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의 요청으로 한강도 조금 보았다. 

전에 명사십리 갔을때도 우리 둘만 있고 비둘기 한마리만 멀꿈히 앉아서는 우리가 키스하는걸 봤는데

한강변에 살짝 나가보자 비둘기 한마리가 고요히 햇살을 쬐고 있다가 우리를 보았다.

오빠가 오늘은 꼭 유럽날씨같다고 했다.

오빠눈에 아직 유럽의 풍경이 끼여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것이 겹쳐보일 것이다.

시니도 겹쳐보이는건 아니겠지?

난 그들과 다르게 생겼잖아. 응?



잠깐 풍경을 보다 이내 다시 돌아왔다. 100미터. 

정말 짧다면 짧은 길을 열심히 나누어 총총 걸었다.

한걸음도 두걸음으로 쪼개어 오빠의 속도를 늦춰보았다.

오빠가 내가 오래 기다린 기념으로 꼭 안아주었다

정말 좋았다.

오랫만에 오빠몸의 굴곡을 느꼈다.

오빠가 회색바지에 회색티를 입었다. 그리고 낡은 회색 스니커즈가 너무 멋지게 어울렸다.

독일에서 맥주많이 먹었다고 티내는 볼록한 배가 보였다. 만져주었다. 가만있었다. 

다시 조금씩 산에 다니면서 빼보겠다고 했다.

갑자기 지하철 광고판에 있는 

365mc 비만전문병원 광고 캐릭터가 나폴레옹 분장을 하고 "빼볼래용"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겹쳤다.

영원히 비만인 캐릭터가 계속 다른 분장을 하고 나타나 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나는 물론 오빠의 큰 몸이 좋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이 줄고 근육도 줄어들고 넓디넓었던 어깨도 줄어드니까.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배가 더 나와보일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 나는 그래도 상관없지만, 오빠의 저 넓은 어깨가 줄어든다는건 슬픈일이다. 살이던 뭐든 오빠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비염도 낫고. 몸도 좀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일해야하는데 계속 오빠랑 데이트한 한시간반만 생각하고 있다.

저녁으로는 오빠가 남긴 파스타를 먹어야겠다.

일해야지! 오빠가 택시비도 줬다... 맘껏?! 야근하고 가도 막차놓칠 걱정 안해도 되겠구나....

너무 고마웠다. 토요일은 정말 밤 지하철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 등산객에 땀내새에 술냄새에 시끄러움에........


오빠정말고마워....

월급받아서 더 맛있는 음식 만들어줄께.

건강하도록, 남은 일 더 잘되도록. 새로운 사업도 열리도록. 늘 기도할께.

건강해치치 말고..... 좋은 생각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해. 정말 영원히 이 말을 하면 가슴이 발끝부터 저려와서

요즘은 오빠만날때는 많이 안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냥 안고 뺨대고 가만히 있는데

오늘은 정말 말하고 싶었어


너무 힘든 토욜 아침이어서 오빠 보자마자 많이 울었지만

피곤하고 쉬고싶고 짜증나는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돈이 부족해 요리재료를 넉넉히사지 못했고

늦잠자서 요리허겁지겁하다 손데이고 설겆이하다 미끄러지고

오다가 대낮부터 술취한 할아버지가 다리 대놓고 쳐다봐서 싸우다가

늦어서 뛰다가 부딪히고.... 그러다 오빠얼굴보고는 그냥 눈물이나서 너무 많이 울었는데

나 안아줘서 고마워

사랑해오빠 시니가 더 잘할께

돈도 잘 모으고, 오빠를 위해 더 많이 열심히 살께.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많이 일그러져서 

오빠를 통해서만 나를 아낄 수 있는거같아.

내가 불행해지면 오빠도 힘드니까. 같은 생각들을 하는거같아.

이미 오빠는 내가 느끼는 유일한 가족이니까.

나에게 가족은 오빠뿐이야

내 피를 다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은 오빠뿐이야.


말에 책임을 지기위해

아직 나는 더 멀었을꺼야.


나는 오빠처럼 책임감이 강하지 못하고

감정에 많이 이끌려왔어


나는 아직 멀었지만

내 마음은 누구보다 가까운거같아.



근데 오빠...내가 성숙해지면

정말 오빠곁에서 이렇게 애교를 피우며 전부를 다 줄것처럼 할 수 있을까 두려워져...


하지만 나는 결국 이 두가지를 다 해야만 해

그게 나의 유일한 과제야...


나는 맹목적인 사람이 아니야


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인거같아 언제나.

가치없는건 야멸차게 내던지고 욕하지만

가치있는건 너무나 추앙하는 것 같아

나의 극단적인 성향이 오빠는 좀 불편할수도 있겠지


나는 오빠가 오늘 처음으로 너무 오랫만에 밝게 웃는걸 봤어

산 이야기를 내가 할때였지

우리가 산 정상에 오를때까지 얼마나 많은 방황과 유혹에 시달렸는지를 떠올리니

왜이렇게 우스웠는지 모르겠어


우리는 정말 온몸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추억이 많은 것 같아

나만큼 오빠의 어디를 만져도 되고 어디는 안되고 하는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

몸은 소 나 곰 인데

감각은 고양이과(특정 부위를 잘못 만지면 그르릉대다가 할퀴어버림, 다시는 그 상대를 받아주지 않음)이니까.! 


아

이제정말 일해야겠다! 


오빠 고맙고 사랑해!!! ......


2주일간오빠를 못보고목소리도 못듣고 있다가 봐서 그런지 생각할수록


눈물이 자꾸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