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기...
아무것도 못하겠는 우울증에도 식욕은 있다는게 희망적인건지도 모르겠다.
전엔 그게 더 끔찍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팟캐스트 <김용민 브리핑>의 이완배기자, 김수민평론가, 정상근기자의 코너를 들으면서
그 사람들이 나쁜사람을 매우 근거있게 욕해줘서 좋았다.
현실에선 내가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정신차려야한다는 강압적 느낌들 뿐인데,
팟캐스트는 대타자들이 즐비하여 일종의 천국같았다.
그런데, 듣다보니 그 욕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을 때 수긍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게 그 사람들의 실력이라고 생각들었다.
나같은 사람이 뒹굴면서 욕하면 아무도 옳다쿠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일단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자신이 알고있는 이론들을 근거로 논리를 펴고,
그리고 나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들을 쳐내는 식으로 욕하는 것이라 절묘한 것이다.
너무 덥고 어지러워 시원한 백화점에 들어가서 지하 식품코너를 내려가 두꺼운 다크초콜릿 70퍼센트 할인행사로 백화점에서 2천원을 쓰고 나와 행복해하며 사무실에서 일하다말고 이 두꺼운 다크초콜렛을 냉장고에서 꺼내 쪼개보지만 안되니까 화가 나서 내가 이걸 첫끼로 먹겠다고. 아 나에게 이정도는 맘대로 되줘야 하는거 아니냐며 씨 팔 하고 푹 쪼개자 그게 쪼개지니, 과연 나한텐 욕이란게 겨우 이럴때 필요한 거구나 싶어 실소가 나왔다.
오빠는 뭘하고 있을까?
이 더운날 군대선배들을 만나고 술한잔 했겠지
원장님을 데리고 집에 들어와 에어콘을 키고 씻고 차돌이랑 놀고 있으려나?
침대에 누워 쉬고 있으려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원치않는 티비를 보고 있으려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고 있으려나
가끔 시니 생각도 하고 있으려나
뭘 하고 계실까 우리 님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 올라갈 음역대가 없는 하이소프라노같이 느껴진다
슈렉의 피오나공주 노래소리처럼 새가 터질것만 같은 날씨속에서 두통과 어지러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게 지속되니 감각을 마비시켜 이제 이게 더운건지도 모르겠다 에어콘을 킨 곳에 가면 아-시원하다고 좋아한다
밤에도 뒤척이며 숨이 막히지만 덥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에어콘을 키면 되겠지만 키진 않는다
나이들수록 찬 바람이 거부감이 든다. 그냥 숨이 안쉬어지어 괴로워 자꾸 깨어 죽음을 생각하는 것 말고는 별 대책이 없어 암담하다.
옆에 누워있는 곰돌이들을 만지며 이 아이들은 털로 뒤덮혀 더 더운데 봉제선으로 입을 꼬매놔서 아무말도 못하는구나싶어
견뎌보기도 한다
얘들도 어쩌다 우리집에 와서 이렇게 좁아터진 곳에서 숨도 못쉬면서 뒹구는데
참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갑자기 오빠가 문을 열고 들어올까봐 자다가 일어나 갑자기 머릴 빗는다거나, 피부를 살핀다거나, 양치질을 한다거나
더는 그러진 않아야 겠다고 결심한지가 꽤 되는데
가끔은 ... 아직도 습관이란게 무서운건지 그런 환상을 갖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엉엉울다보면 위로의 대상이 없다는 사실이 더 절감이 되어 더서럽게 엉엉 거리게 되기도 한다
소리는 허공을 가르고 내가 외로운 존재임을 각인시킨다
대기와 기온이, 공기와 태양이, 압도적으로 인간들을 이겨먹고 있는 시간들이다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은 더 견디기 힘든 때에
서로 의지하라고 친구가 있을텐데
내 친구들은 다 너무 멀리 있다
그런데 그친구들에는 같이사는 가족들이 있어서
나의 외로움을 짐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뭘 더 원망해야하나 싶다
하지만 더 나아지길 희망하기는 한다
내가 나쁜거 하나를 줄이면
너에게 좋은거 하나를 달라고
아침 졸린눈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기도를 하고 나왔는데
내가 안한 게 하나 생겨서 기쁘다
너에게 그 좋은 기운이 갔으면 좋겠다
가느다란 끈을 붙잡고 있는건지, 그랬었다고 기억만 하는건지도 이젠 모르겠는데
그게 현실이던 기억이던 매우 촘촘하고 질기어 끊기 어렵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편지를 쓰고자 펜을 잡았는데,
요즘은 더 할말이 없음을 느낀다
이제 나는 왠만한 말은 다 전달한것도 같다
더 나올말이 나에게 없다는건
이제 상대가 대답할 차례일텐데
그 상대는 내 말이 그치기만 기다렸으면 어떻하지.
이제 끝난거면 나 가도 되냐고 되물으면 어떻하지
그럴것만 같아 허망하다
그렇다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집중을 다해 마음을 토해낸 것들이 정작 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거나 부담스러운 말들 뿐이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부디 그것이 아니기를 바랄뿐이지
더는 할 것이 없다
아무말도 없는 사람이
제일 슬프고 무섭다
하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원래 말이 없으므로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키다 와서는 나를 안아주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래 그는 행동으로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대답이나 뭐 그런 말의 종류를 기대하다니!
내가 어리석었다.
그래 그는 행동이 언어인 사람인 것이다
그걸 내가 알아왔기에 상처내는 말들 속에서도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 이 일기는 성과가 있다.
나는 더 기다릴 수 있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