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토요일 사무실에서...기도하다가...

misfortune4 2018. 9. 29. 16:37


#1

혼자먹는 음식은 늘 부담스러워요

위가 음식을 그대로 느껴요

누군가와 맛있는 걸 나누며 대화를 하다보면 위에 대한 집중, 소화에 대한 예민함이 줄어들죠

혼자 무언가를 먹고 나면 음식이 위에 있는 것이 너무 졸리고 힘들었어요

혼자 밥을 먹고 공공 장소에 나가 몸을 실으면 메스껍고 부담스러웠어요

사적인 대화를 해도 되는 공간에선 고독을 고집하고

공공의식을 가져야하는 공간에선 사적으로 행동하는

이상한 사람들, 우리 아빠같기도 하고. 내가 그런걸 닮아가는건가 싶었어요


오빠가 잠깐 왔다갔어요 추석에

너무 좋았어요

오빠냄새와 품이 너무 좋았어요

오빠가 우리 집이 이쁘다고 했어요

가끔 만져주면 덜 외롭다고 할꺼지 했어요

오빠는 물론 기억하지 못해요

오빠가 허리를 너무 아파했어요

내가 만져주었더니 끙소리를 냈어요

그러더니 그만 그만 했어요

오빠는 늘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앉아있어요

오빠 허리가 나아질수있도록 부정교합이 치료될수있도록 도와주세요


엄마, 아빠, 언니는 내 가족이지만

나는 그들없이 살수없었지만

아빠가 집을 제공해주었고 엄마가 음식을 만들어주어서

아동과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내 존재는 끊임없이 부정당했어요

이 기억이 평생을 간다는 것이 너무 슬픕니다

나는 잊고 싶어요 근데 왜 


#2

이제는 완전히 초점이 없는 언니의 눈동자를 아주 가끔 들여다보면서

내게는 공부와 성공이라는 욕망이 없었기에

그래도 이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느낀다

이제 바라본 엄마와 아빠의 모습은

숨막힌 공기 속에 갇힌 채 조선일보와 티비조선과 막장드라마에 갇힌 채

생활패턴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게 불안한

집값이 오르면 갑자기 인생을 보상받는 기분이 되는

그 외는 자신을 도전하는(거스르는) 것은 그 무엇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썩어가는 불쌍한 느낌

자신을 대변하는 특정 세력을 자신과 동일시하다

그들이 무너지면 세상이 무너진것처럼 화가나는

개인의 인격이 말살된 느낌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벌어온 돈과 그 돈을 지켜오고 살림을 이어온 고집과 아집으로 뭉쳐있기에 

동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돈한푼 없이 빚도 있(었)고 차도 한대 없고 남자도 없고 집도 없고 직장도 불안정한채 마흔이 넘어버린 딸을

쯧쯧하며 용돈이라도 줄까하는 투로 쳐다보곤 할뿐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무시할 순 없지만

그들이 정말 중요한 순간에 내가 옆에 있었을까

그들이 정말 슬프고 기쁠 때 내가 옆에 있었을까

우리가족 누구도 서로에게 그런존재는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과 그것들을 나누었을 것이다

언니는 그런 감정조차 없었을테지만


사랑하지 않는 남녀의 조건 결혼은

자신의 미래를 채 그려보지도 못한 채 해버린 결혼은

자신의 불안한 행복과 맞바꾼 안정된 권태는

당신의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인간성은 어떤 식으로 말살시키며

아이들의 눈에 어떤 것이 찍히고

그들의 머리를 지배하는 풍경이란 어떤것일까를

실로 가늠게 한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에겐 서울아트시네마 라는 공간에서 만난 영화들이 있었다

수없이 다운받아 낡은 노트북으로 본 수많은 자막없던 흑백영화들

돈이 없어 피씨방에서 글을 쓰고 그곳에서 밥을 때우며 쪽잠을 자던 외로운 영화제의 기억들이 있다

담배냄새에 게임폐인들의 키보드소리와 사운드 속에서 영화의 장면을 어떻게든 지키며 떠올리며 글로 밤을 세우고 첫차를 타던 순간이 나에게 있다 잠시의 기억이 아닌 수년에 걸려 누적된 가난한 영화폐인의 단단한 기억들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온전히 나에게서 작동하던 영화의 운동들이 즐거웠다

나는 잘 버텼다 아무 흔적도 없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에 만난 오빠

사랑이란 감정을 배우던 어린시절부터 가족들을 사랑했고 사랑받고 싶었지만 늘 상처받았고, 그들은 나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런 내가 오빠에게 의지하려했던 모든게, 어쩌면 가족에 대한 상처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미워하고 싫어하는 느낌을 해소하는 법을 잘 몰랐다

격렬히 거부하는 것 밖에는 그 방법을 몰랐다

자학한다거나 하는 것도 그저 본능적으로 잡은 것이다


오빠도 나를 가족이 나에게 가진 감정처럼 느꼈을수도 있지만

그는 내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오래도록 마음속깊이 혐오해온 내 마음에 그냥 존재 자체로 들어와버린 사람


그는 나를 편견없이 받아들여주었다

그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기에 저렇게 티없음을 저 나이에도 유지할수있을까

사람이 본성이란게 가장 무섭고도 강력한 것이구나


그는 왜 이렇게도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까

그는 왜 옆에만 앉아있어도 사람을 기분좋게 해줄까


나에게 아프게 굴때마다

왜 가슴을 찢어내는것같았을까


나를 밀어낼때마다

나는 존재를 부정당하는것처럼 서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