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고맙다냥

misfortune4 2019. 5. 21. 08:34



오빠 미안해. 대신 잘 살께

오빠한테 덜 의지하고 애들 키우며 잘 살아야 하는데

자꾸 도움받아서 미안해

오빠없이도 잘 살아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되서 너무 미안해

오빠한테 의지하는 가족도 너무 많은데

나까지 얹혀져서 정말 미안해


고양이는 알까?

자기가 너무 귀여운 배털을 가졌다는 걸

자기가 남자소년인데도

너무 귀여워서

맨날 그 귀여움을 숨겨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고양이는 귀여워서 죽는게 아녔어

사람들이 무심히 차로 치고

발로 밟고

학대하고

포획해서

예뻐해주다 버려서


죽는 것이었어


나도 나를 그런식으로 보호해왔다고 해서

그래서 살아남은 것도 아녔어


귀엽고 예뻐도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순둥순둥하고 착해도

아무도 괴롭히지 않는


세상에서


고양이들하고

오빠같이 착한 사람들하고

이쁜 강아지들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왔으면


너는 버겁지 않니?

너가 귀여워서

너의 가녀린 어깨가 가여워서

너의 작은 두뺨이 사랑스러워서

너의 눈동자가 너무 맑아서

그래서

버겁지가 않니


튼튼한 단비의 뒷다리를 보면

그래도 안심이 된다.

출렁이는 원시주머니또한! 


그러나 먼로는?

한쪽눈으로 세상을 보느라 

고개가 휘어진 우리 불쌍한 먼로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우리 먼로는 물어뜯는데 일가견이 있으니

괜찮아

그리고 단비보다 좀 덜 깜찍하고

좀 더 겁이 많으니까도 괜찮아

무엇보다 짧은 다리로 엄청나게 낮은포복으로 빨리 도망다닐 줄 아니까

괜찮아


아이들아

고만 싸우고


잘좀 지내보자


오빠가 캣타워 새로 사라고 도와줬어

맛있는 캔도 사고

고운 모래도 사고

새삥 장난감두 사라고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나중에 오빠가 오면

뽀뽀해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