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난다.
'오빠도 나 버릴꺼지'
(모든 사람이 그래왔듯이)
그러면 오빠는 슬픈지 안쓰러운지 어떤 표정으로 날 지그시 바라보며 늘 말했다
'시니 바보에요?'
'오빠가 시니를 왜 버려...'
내가 교회집단을 떠난 후 모두가 나를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온 TS는
나에게 부담스러울정도로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그에겐 부모들이 정해놓은 정혼자?가 있었고
그아인 신학대를 나와 오르간을 전공한 그 전공자 아이와 유학도 정해져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오르간 업자였고 신학자였다
모든것이 거의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는 나를 만날 때마다 나와 시골로 내려가 카페를 하자고 했다
나는 늘 웃었다
고로 믿지 않았다
'그래 그러자' 하며 빙긋이 웃는 도리밖에.
그 아이도 결국 나를 떠날걸 알았기에
나는 그 아이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나에게 오겠다고 했다
내가 담배와 술에 쩌들어있던 대학로 어딘가로.
나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결국 너도 날 떠날꺼잖아'
(그러니까 잘해주지마)
한참 후에 그가 말했다
'누나 되게 못됐다'
그리고 그는 영원히 나를 떠났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못됐다고?
너는 그 모든 걸 포기하고 거지같은 나에게 올 작정이었니 정말?
아니잖아
그런데 왜 나에게 못됐다고 했니?
내가 널 위해 뭘 했어야 하지?
넌 날 좋아했지만
난 널 좋아했나?
모르겠다 다만 그가 나를 떠날거라는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정해진 길을 두려워서 나를 붙잡으려 했다는 것도
지금 그는 미국에서 목회를 하며 잘 사는 듯 보였다
수년전의 페이스북을 얼핏 봤을 뿐이지만
적어도 나같은 사람하고 망가지진 않았으니까 다행이다
'시니 바보에요? 오빠가 시니를 왜 버려'
내 시니는 바보에요
사랑에 굶주렸던 그냥 바보에요
사랑할줄도 모르고
사랑받는 방법도 모르고
제대로 사는 법도 몰라
밑빠진 독에 물붓듯 살아왔죠
나는 재기 불가에요
날 잘 버렸어요
다행이에요 당신들이라도 잘 살아서.
매일 죽고싶은 내 낯짝을 보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