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생 노인이 된 그는 끊임없이 시집을 내고 있다. 시에서 묘사되는 개인과 텍스트의 움직임이 이제 점차 기력을 쇠하고 느려지고 있다. 아직도 이렇게 내 마음의 상태를 느끼며 읽어내려갈 수 있는 시를 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보청기 끼고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 안 나게 문을 여닫곤 한다. 누가 들을까 봐도 아닌데 그리운 문소리도 있는데. 귀 조금 밝히고 보니 이즘 사는 일이 조약돌 밑으로 꼬리 감추는 눈석임물 같다. 흐르긴 흐르는가? 흐르는 감각만 남았는가? 감각들이 연필심처럼 무뎌지고 있다. 창밖 어둠 속에 싸락눈 기척 분명한데. 눈과 귀는 창 앞에서 더듬댄다. 차라리 다 쓴 볼펜처럼 이만 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말 그럴까? 오디오에선 청각을 뿌리까지 잃은 베토벤이 소리의 어둠 속에서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