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일지 17

단비와의 아침

단비는 자꾸 큰다. 오는 9/15일이면 단비는 4살이다. 자꾸 길어지고 커진다. 왜 단비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걸까 2019년 처음 우리집에 온 그때는 오동통 아기였는데 하긴 그때부터 성장이 남다르긴 했었지 단비는 눈이 몰렸고 눈이 촉촉했고 흰 점막이 끼어있었고 목소리가 낭랑했고 팔다리가 길었고 5개월 냥이 치곤 많이 통통했다 단비는 내 손을 빠져나가는 것이 생의 목표인듯 잡힐듯 잡히지 않고 온통 나로부터의 분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단비가 너무 귀여워서 할큄을 당하면서 이누무시끼 하면서도 나는 행복했던 것 같다 이 오동통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깨발랄 호기심 대마왕의 아이는 내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고 내가 점심으로 먹을 삼각김밥과 과자 따위를 터트려 먹기 시작했다 내가 먹는 모든 것..

고양이일지 2022.09.05

수컷3, 암컷1

수컷 3마리, 암컷 1마리와 산다. 수컷 고양이들은 본능에 더 충실하다(한것처럼 보인다) 암컷 고양이는 평소에 본능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 본능의 크기일수도있지만 표면에 드러내느냐 숨기느냐의 차이일수도 있다. 인스타나 수의사들이나 보면 자신의 성과 반대되는 고양이들을 주로 키운다 유명한 수의사 남성들은 거의 암컷 고양이를 키운다 암컷 고양이는 확실히 수컷고양이와 다르다 본능을 바로 드러내지 않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출하거나 참다참다 폭발하는 식이지 수컷들처럼 나뒹굴진 않는다 물론 냥바냥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훨씬 더 욕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수컷들은 바로바로 표출하고 훨씬 더 루틴에 강하고 그날 그날 기분같은 건 거의 신경안쓰고 하던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안되면 짜증이 난다 짜여진 것 시..

고양이일지 2022.06.05

고양이의 인내심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바깥온도보다도 훨씬 덥다. 왜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밤에도 온도계는 27도를 가리키고 중앙냉방을 하기때문에 밤중과 새벽엔 에어콘이 거의 가동되질 않는다. 얇은 나시하나만을 입고 이불도 안덮고 자지만 땀이 흐른다. 아무리 더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털옷도 벗을 수 없는 고양이들은 화장실이나 신발장 바닥에 몸을 붙여 누이고, 몸을 그루밍하며 더위를 달랜다. 출근 후부터 퇴근때까지의 낮시간 동안은 밤보다도 훨씬 더 더울텐데 아이들은 어떻게 견디는 것일까. 내가 돌아와도 짜증한번 내지않고 내 다리에 몸을 부비며 꼬리를 파르르 떤다. 반가움의 표시 아이들의 인내심에 새삼 감탄한다 고양이는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을 견디며, 의외로 사회적 동물인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

고양이일지 2021.06.29

단비

아침에 사냥놀이를 하는데 단비가 너무 귀여워서 혼났다. 목선부터 흰 목도리를 두른 듯 멋진 고등어 코트와 흰털의 조화. 떡 벌어진 가슴과 귀여운 몸짓 누구보다 유연한 몸. 작은 손과 발. 통통한 아랫배. 그 어떤 고양이보다 길고 큰 몸과 긴 꼬리는 균형이 참으로 절묘하다. 귀아래가 휑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귀아래 털까지 모두 꽉찬 이 아이는 꼭 고양이 머리띠를 한것같다. 우아함과 귀여움과 똑똑함과 허당미와 통통함과 늘씬함을 고루갖춘 우리 단비는 그야말로 완벽한 고양이다 주인이 게을러서 많이 놀아주고 훈련하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주인을 만났으면 정말이지 훨씬 더 에너제틱한 삶을 살았을 아이다.

고양이일지 2020.11.03

고양이들하구 집에서 지내는 방법

우리집엔 귀 8개가 있다. 고양이들은 때론 귀만으로 찾을 수 있다. 귀 두개 쫑긋한 채 시옷자로 다문 입에 잔뜩 치렁치렁 달린 흰 수염들 수정구처럼 맑은 한개 혹은 두개의 눈동자 (어두운 밤이면 후레시처럼 불을 밝히고) 살짝 꺾이거나 쭉 뻗은 꼬리는 그 길이와 유연성만큼이나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대체로 친절하다) 내가 요즘 귀여워하고 있는 곳은 뒷다리이다. 오동통 뒷다리(일명 솜바지)는 엄청난 점프력을 자랑하는 고양이의 숨은 비밀병기다.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이는 자세에서는 엉거주춤되어 엄청 귀엽고 아가같이 통통해보이지만 뛰어오를 때 늘어나는 뒷다리의 어마무시한 팽창을 보면 실로 놀랍다. 엄마는 고양이 뒷부분이 너무 커서 무섭다고 한다. 뒷다리가 시작되는 부분의 배는 유독 부드럽고 통통한데, 그곳에 얼굴을..

고양이일지 2020.04.29

단밤이는 마지막 고양이, 아픈 손가락...

넷째 단밤이가 많이 아프다 피부곰팡이에 눈꼽에 콧물에 ... 칼리시 판정을 받았다. 처음으로 너무 버거웠다. 아인 너무 말랐고 혼자 많이 먹여야 하는데, 먹보인 단비와 니니가 가만두질 않는다. 방이 하나라도 있는 투룸에 이사를 가야할거같은데, 여건이 되지 않는다. 단밤이는 수시로 안약을 넣고, 몰래 고칼로리 간식을 먹여야 하고, 하루 두번 15분씩 네블라이져를 해야하고, 휴지를 말아 코끝을 간지럽혀 코를 풀게 해줘야한다. 그리고 식사엔 항생제를 넣어야 한다. 그것도 몰래. 밥차릴땐 먼로를 제외하고 모두가 밥달라고 난리가 나니까. 유일한 여아인 먼로만이 얌전히 기다리고 수컷들은 서로 밥달라고 쌩난리가 난다. 어찌나 생존욕구가 강한지 모른다. 내가 다 준다는걸 알면서도 서로 먹겠다고 난리가 난다. 두마리에서..

고양이일지 2020.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