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일지

나의 고양이들에게

misfortune4 2020. 3. 4. 08:46



먼로야

머리카락좀 뜯지마

엄마 졸려


단비야

손하고 팔좀 물지마

엄마 아파


니니야

도망좀 가지마

엄마 외로워


아이들아

엄마는 졸리고 아프고 외로워


먼로야

피부병 소독약과 연고좀 핥지마

엄마 힘들어


먼로가 어서 피부병도 낫고 털도 안빠져야

엄마가 마음이 놓일것같아

엄마 속상하게 하지 말래? 응?


단비야

눈물 맨날 나는 단비야

안약 넣고 눈닦아줄때마다

숨숨집에 숨지 말래?


누렁니 치석 닦아줄려고

칫솔있는 곳에 손만 대도 도망가는 단비야

다 너를 위한 거야

너가 온통 치석이 껴서

마취스켈링하는 걸 나는 볼수없어

나는 너를 마취시키고싶지 않아

마취는 위험한 일이야

엄마는 너무 잘 알아


니니야

맨날 장난감 독차지해서 욕심부리는 니니야

엄마가 매일 놀아주는데도

그렇게 사냥감 잡고 으르릉대면

단비형아랑 먼로누나가 놀지 못해

먼로는 스트레스로 털도 빠지고 있어


모든 고양이들이 낚시놀이를 해서 

사냥본능을 충족시켜야만 해

너 뿐만이 아닌 우리집의 모든 고양이들이


너가 아직 어려서 

혈기왕성해서

그러는건 알겠는데

한번 물고 뜯으면 놔주지 않겠니?


너도 하고 단비형아도 하고 먼노누나도 해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들아

이것만은 지켜주지 않겠니?


앵벌이하는 엄마의 수고를

출퇴근 3-4시간을 매일 감당하는 엄마를

매일 화장실청소하고 쓸고 닦고 먹이를 벌어오는 엄마를

조금만 알아주지 않겠니


아쉬운 소리 해가며 너희를 건강하게 키워내고싶어하는

엄마의 불쌍한 처지를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싫은소리 다 듣고도 멀쩡한 척 하는 엄마의 아픈 마음을

조금만

이해해줄수있을까



모두가 나를 피해도

너희는 

나를 피하지 않을꺼지


내가 너희를 살렸으니까

내 이 두손으로 너희를 먹여살렸으니까


아니야

아니지


너희가 결국 나를 먹여 살렸지


너희 때문에 나는

그런 것들을 한게 아니지


결국 내가 살기 위해 너희를 우리집에 데리고 왔지


내 삶을 구원받기 위해

너희를 이용한거지


너희는 나에게 원하는게 명확하지

나도 너희에게 원하는게 명확하지


우리는 좋은 공생관계이지


아이들은 어디가도 잘 살았겠지만

나는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살지 못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