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일지

단비와의 아침

misfortune4 2022. 9. 5. 08:46

단비는 자꾸 큰다.

오는 9/15일이면 단비는 4살이다.

자꾸 길어지고 커진다. 

왜 단비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걸까

2019년 처음 우리집에 온 그때는

오동통 아기였는데

하긴 그때부터 성장이 남다르긴 했었지

단비는 눈이 몰렸고 눈이 촉촉했고

흰 점막이 끼어있었고

목소리가 낭랑했고

팔다리가 길었고

5개월 냥이 치곤 많이 통통했다

 

단비는 내 손을 빠져나가는 것이 생의 목표인듯

잡힐듯 잡히지 않고

온통 나로부터의 분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단비가 너무 귀여워서

할큄을 당하면서

이누무시끼 하면서도

나는 행복했던 것 같다

이 오동통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깨발랄 호기심 대마왕의 아이는

내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고

내가 점심으로 먹을 삼각김밥과 과자 따위를 터트려 먹기 시작했다

내가 먹는 모든 것을 먹으려고 했고

내가 잠들기만을 기다리다 온 집안을 쑤시고 다녔고

내가 조금이라도 늦잠을 자면 온힘을 다해 세상억울한 고양이마냥 울어대고

나를 때리고 물기 바빴다

안으면 도망가고 신경안쓰면 울고

밥과 간식을 주면 소리내며 뇸뇸뇸 먹어대고

화장실도 척척 잘가리고

이불깔아주면 매복놀이하며 신나게 놀고

햇볕을 받으며 잠들땐 꾹꾸기도 하고

그러다가 내가 뽀뽀할라치면 냥냥펀치를 시전하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시절을 지났다

 

여전히 단비는 너무나도 살아있어서

사랑스럽다

포동포동 길쭉길쭉 단비는

자꾸만 커지고

보다더 유연해지고

쭉쭉 늘어나고 단번에 몇미터를 뛰어오르고 멋지게 꼬리를 감아올릴 줄 아는 성숙한 고양이가 되었다

 

아침에 단비가 나를 향해 꼬리를 부르르 떨었다.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다.

 

어찌할 줄 모르는 환호.

 

꺄. 주인놈이 일어났다.

-사냥놀이를 하고 밥을 먹겠구나.

 

단비의 꼬랑내 똥꼬내를 킁킁 맡아대며 털속에 코를 박았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대상은

바로 고양이 일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있을까. 

 

신은 인간을 만들고 나서야 고양이를 만든게 틀림 없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에게 부드러움과 향긋함과 사랑스러움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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