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일지

고양이의 인내심

misfortune4 2021. 6. 29. 21:10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바깥온도보다도 훨씬 덥다.

왜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밤에도 온도계는 27도를 가리키고

중앙냉방을 하기때문에 밤중과 새벽엔 에어콘이 거의 가동되질 않는다.

얇은 나시하나만을 입고 이불도 안덮고 자지만 땀이 흐른다.

아무리 더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털옷도 벗을 수 없는 고양이들은

화장실이나 신발장 바닥에 몸을 붙여 누이고, 몸을 그루밍하며 더위를 달랜다. 

출근 후부터 퇴근때까지의 낮시간 동안은 밤보다도 훨씬 더 더울텐데 

아이들은 어떻게 견디는 것일까.

내가 돌아와도 짜증한번 내지않고 내 다리에 몸을 부비며 꼬리를 파르르 떤다.

반가움의 표시

아이들의 인내심에 새삼 감탄한다

고양이는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을 견디며, 

의외로 사회적 동물인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여 서로의 몫을 인정하며 지낸다.

피해를 주지 않으려 서로 노력한다.

고양이는 속설과 달리 복수같은 건 정말 모른다. 

나는 지난 3년간 고양이가 복수하는 걸 본적이 없다. 고양이에겐 그런 복잡한 감정이 없다. 

오늘 하루의 몫에 감사하며 뭘 줘도 맛있게 먹고, 그루밍을 하고, 몸을 말고 식빵을 구우며 스스로를 달래고 안정시킨다.

스스로를 위로할줄아는, 누구도 탓하지 않는 고양이에게

나는 턱없이 한심한 인간 욕망 불평 원망 복수 열등의 덩어리다.

 

'고양이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비와의 아침  (0) 2022.09.05
수컷3, 암컷1  (0) 2022.06.05
단비  (0) 2020.11.03
겨울을 난 아기고양이처럼  (0) 2020.05.29
고양이들하구 집에서 지내는 방법  (0) 202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