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야
지금 집에서 뭐하고 있니
캣타워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자고 있겠지
단비야
너를 많이 사랑해
내가 왜 너를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너무 힘들 때 너가 나에게 와줬어
아니 내가 너무 힘들 때 수원고양이쉼터에 가서 너를 만났는데
봉사자분이 내가 데려오려는 고양이는 이미 신혼부부가 보고 갔다며
사랑이는 어떠냐고 물었어
네?
함과 동시에 그분이 가리키는 구석에서 걸어다니는 쪼꼬미 너를 봤어
얘는 애긴데 형아들만 졸졸 쫒아다녀요
우리 사랑이는 형아 고양이들을 엄청 좋아해요
우리 사랑이는 김연아처럼 트리플더블도 해요
하더니 궁팡에서 사왔다는 날개장난감으로 놀아주었다
그순간 너는 내키만큼 뛰어올라 돌며 공중에서 멋지게 날개장난감을 잡아챘어
그 쪼꼬미가
나는 조금 반했어
아니 이렇게 멋진거였어?
너는 눈이 촉촉하게 젖은 채로 흰 점막같은게 눈에 낀 허피스감염고양이였어
너는 형제들은 모두 입양을 갔는데 혼자 입양을 못가서 쉼터에 왔다고 했어
내가 조금 무서워했던 고등어 태비였는데
흰 양말과 뒷다리 흰 배털을 가진 오동통한 애기고등어 너가
정말 너무 귀엽게 느껴졌어
나는 그 순간 그냥 마음을 확정했어
저 얘할래요
저 사랑이 데려갈래요
했어
그 누구라도 그랬을꺼야. 사랑이 데려갈래요.
그날은 우박과 눈이 쏟아지던 어느 추운 3월 초였어
나는 그날 가로등 아래 늦겨울 눈오는날 밤 아무도 오지않을것만같은 어느 다세대 주택을 방문하게 되었어 그 고양이 쉼터라는 곳에서 봉사자들이 돌봐주고 있던 고양이들 중 널 만났어
널 쉼터에 맡긴 봉사자가 왔어
자신의 이모가 하는 수원의 밥집에 어느 뚱냥이가 와서 애를 나았다고 했어
그 애들을 자신이 돌보면서 다 입양을 보냈는데 고등어에 허피스기운이 있는 너만 입양을 못가서 데리고 있었다고 했어
너가 그 봉사자가 키우는 벵갈고양이를 계속 쫒아다니며 귀찮게 해서 그 뱅갈고양이가 엄청 싫어했다고 했어
그래서 너를 어쩔수없이 자신이 봉사하는 쉼터에 맡겼다고 했어
그런데 너는 거기서도 형아 고양이들만 졸졸 쫓아다녔다고 했어
나는 그 2018~19년 당시 거의 혼자서는 숨을 쉬기 어려운 상태에 있었어
그래서 내 곁에서 숨쉬어줄 다른 생명체가 필요했는데
나 외에 어떤 다른 존재를 원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났어
시간이 되면 나에게 오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신뢰를 주지 못해서
나를 떠나기로 결정했나봐
아니면 애초에 그 약속이 거짓이었겠지
현재의 달콤함을 잡아두고 싶은
다정하고 때론 우유부단했던 그였는데 그 때만큼은 단호했어
내가 그만큼의 여지도 없을 만큼 그 당시 질척대고, 최악이었던게지
단비를 결정했을 때
그리고 내 작은 인천오피스텔에 어느 밤 너가 처음왔던 날
봉사자가 이동장에서 꺼낸 너의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봉사자는 수원사람이어서 2시간이나 걸렸다며
많이 힘들어했지
이해했어 그리고 너무 미안했어
너를 입양간다고 목욕을 시켰는지 몸털이 살짝 젖어있었어
너는 눈이 몰려있었고 몸이 통통했고 눈이 젖어있었고 냐옹냐옹하며 나를 너누구냐 하는 삼각형 눈으로 쳐다보면서도
적대감이나 두려움은 없었어 그냥 너모냐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달까
뭔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탄력이 느껴지던 너
삼각형눈이되어 너누구냐 내 친구들(쉼터애들) 어디갔냐 하며 맨날을 울어대며 옷장에 들어가있으면서도
내가 궁금한지 자꾸 빼꼼빼꼼 나를 들여다봤어
자신이 여기서 살게되는건지 알아차린걸까
나는 봉사자 조언대로 친구고양이들을 데려왔어
사랑이는 태어나자마자 형제들과 함께 자랐고 고양이들을 너무 좋아해요
사람보다 더
그래서 나는 동생들을 만들어주었지
떠돌다가 눈빠진 채 캣맘급식소에서 발견된 어디서온지 모르는 눈없는 먼로,
태어나자 마자 버림당 한 채 자동체 본넷에서 울다 발견된 니니.
형제고양이랑 쌀푸대에 묶여진 채 버려져 며칠을 굶은 채 울다가 발견된 단밤이
단비는, 아무도 오기전 나만의 고양이였던 내 고양이 단비는
나를 그다지 좋아했던거같진 않지만
내가 마련해주는 쿠팡싸구려 캣타워
싸구려사료
싸구려물그릇
싸구려장난감에도
진심으로 먹고 놀며
내 눈치를 보면서도 내가 잠들면 미친듯이 놀아재꼈어
너는 진짜진짜 귀엽고 사랑스러웠어
매일 야근하면서 매일 너를 보러 가는 즐거움에 퇴근길이 신이 났어 처음으로
너랑만 둘이있었던 시간이 그리 길진 않지만
난 그 처음의 순간들을 기억해
나랑 눈만 마주치면 옷장에 들어가 꺼이꺼이 울면서도(이시끼가 나를 혼자 여기로 데려왔다냥 친구들 다 오디갔냥냥냥)
반대로 눈동자는 나에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있던 그 까만 너를
그 귀엽고 사랑스럽던 너라는 생명체를
지금도 새벽이면 내가 깨었나 아닌가를 살피러 침대에 와서 내 코밑에서 킁킁대며 얼굴을 툭툭치고
내가 퇴근하고오면 온몸을 드럼통처럼 울려대며 꼬리를 부르르떨며
꺄-! 하고 우는너의 예쁜 목소리와 몸짓
너가 사랑스럽지 않다면 그 어떤 생명이 사랑스러울수있을까
단비 너는 그 누구의 집에 갔어도 사랑받았을꺼야
통통튀는 너의 매력에 누구라도 엄청난 사랑을 주었을꺼야
나같이 우울하고 아픈 늙은 여자집에 오게해서 너무 미안해
사랑해 단비야
너무 사랑해
너 없는 삶을 상상한다는게 두려워
내가 사랑한 존재들은 다 떠나갔는데
때론 내가 떠나게 만들었는데
너가 나를 떠나지 않도록 이 같은 최악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