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부정적 경험

misfortune4 2016. 8. 15. 14:45




안해도, 시간은 가는데

야속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였다.

부정적인 감정을 해석하고, 해소하는데

많은 두려움이 있다.

맞닿뜨리지 않으려고

아직 오지도 않은 부정적 감정을 경험으로서 예상하여

겪었을지, 안겪었을지도 모를 감정 때문에

내 몸을 혹사시킨다.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매맞을땐,

거짓말을 안해도 맞았고

거짓말을 해도 결국 들켜 맞았다.

안해서 맞을 땐, 억울해서 어찌할 줄을 몰라 너무도 서럽고 무서웠다.

나를 알아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구나, 내가 안고 울어대는 이 곰돌이만 내 눈물받이가 되었구나.

그 어린게 가슴을 쾅쾅 쳐대니

엄마는 어린것이 연기까지 한다며 독하고 무섭다고 했다.

거짓말을 해서 맞을 땐,

내가 하지않았는데 맞았던 시간을 상기하며 독기를 품었다.

그땐 눈물한방울 나지 않는다.

엄마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며, 죄의 노예가 되었다며,

하나님이 너같은 사람을 가장 미워하신다고 저주했다.

역시 독한년이라고 했다.

자식은 부모의 권위에 굴복할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성도가 신의 권위에 굴복하듯, 신은 그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쪽의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었다.

내 행동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형벌.

나에 대한 부모의 불신. 진심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앞뒤 상황을 판단해주지 않고. 

내가 처한 상황의 억울함을 봐주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나에대해 씌워버린 부정적인 이미지. 무엇을 해도 받아들여주고 품어주지 않는 부정적 부모.

나는 그것에 저항했다. 있는 힘껏 그들의 이미지를 밀어내고 싶었다. 


있는 힘껏. 밀어내고 싶었다.

내가 아는 부모는 그런게 아니야.

밖에서 울고 들어오면 안아주는게 부모일꺼야.

내가 억울하다고 말하면 그걸 해소해주는게 부모일꺼야.



행동과 상관없는 결과들은

나의 행동을 망가뜨린다.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해도 

누군가를 열심히 증오해도

상대의 태도는 한결같다.

그는 자신의 한결같음을 강조할 뿐,

상대의 변화에 무감각하다


무언가를 열심히 일해도

무언가를 열심히 방관해도

봉급은 한결같다.

제도는  이미 나를 채용할 시점부터 내 가격을 책정했다. 

나는 그들이 세운 급여정책을 알고 들어왔으므로

이런 그들의 태도에 암묵적으로 합의한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방관하지 않는다.

오늘같은 휴일에도 쓰린 위를 부여잡고 졸면서도 나왔다.

어짜피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는 일들이다.

오늘 하루 편하면

내일이 두배로 힘들

그런 일이다.

오늘 두배로 일하면

내일 하루는 좀더 편할까?

그런 기대를 가지는 편이 전자보단 훨씬 나을테니까.




일과 사랑은 노력을 배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사람들은 전부를 건다.


열심히 술을 먹으면 나처럼 위가 망가지지만

열심히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하고자 노력한다면

그게 정말 사랑이냐고 반문하는 답변만이 돌아오지만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일하고자 노력한다면

아무것도 안바뀌는데 뭘 굳이 그렇게까지 충성하냐는 비웃음만 돌아오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마시지 않나?


이 관성은 대체 무얼까?

이것도 보수적인 습성인걸까?

내가 믿고 경험한 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따지기보다, 직관적인 선택에 함몰되고는 마는.




부정적 이미지와 결국 싸우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뭘해도 칭찬받지 못했고

뭘해도 사랑받지 못했고

왕따와 미움과 시기질투(근거없는)의 대상이 된 기억이

나를 훨씬 더 짓누르고 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기도 했겠지

(보이지않는곳에서, 내가 알지 못하게)


그랬기에

아무렇게나 무기력하게 살아도

역시 사랑받지 못한다 아니 더욱 더 적극적으로 미워하나? 아니 그냥 

넌 어쩔수없는 애라는 낙오. 포기. 무시.

노력하면 한숨

안노력하면 낙오자.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도대체 나의 무엇을 사랑했을까

그리고 왜 나한테 고백한번 제대로 못한 채 

다 쓸쓸히 떠난걸까?


나와 섹스를 한 사람들은

왜 나를 아무도 사랑하지 않은걸까?


나와 같이 본의아니게 산 가족이란 사람들은

왜 나같은 애를 낳아서 지질이도 운이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들은 왜

자신의 치부를 보는 것처럼 나를 대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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