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무서운 꿈과 행복한 꿈

misfortune4 2021. 8. 22. 14:38

아직도 죽음은 무섭다.

 

금요일밤엔 아주 무서운 꿈을 꾸었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모두 천천히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꿈이었다. 

다리에서부터 붉은 피가 생성되고 온몸이 시뻘개지며 결국 경직되어 죽어갔다. 

나는 백신주사맞는 줄을 선 채로 시체들이 즐비한 광경을 지켜보았다.

새벽에 깬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오늘은 잠시 낮잠이 든 사이 강아지꿈을 꾸었다.

첼시라는 콜리 강아지 였는데 아랫집 사는 아이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매우 고급스러운 브라운+흰+검 털을 휘날리는 아주 아름답고 우아한 강아지였다.

다견가정인 아랫집은 강아지들을 잔뜩 데리고 왔고, 우리집 고양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그 첼시라는 아이는 나만 졸졸 쫒아다녔다. 

아랫집 주인은 첼시는 아무사료나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내가 주는 고기나 밥은 다 받아먹고

점심을 먹고 잠든 내 침대곁을 한참을 지키는가하면

내가 취미로 하는 상어밤낚시(?)를 따라와 바다 위에서 멋지게 고기를 잡기도 했다(?)

하여간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이 아이의 이야기를 하니

아랫집 주인이 우리집에선 너무 까다롭고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지도 않아 나보러 키우라고 할 참이었다.

나는 신이나 아이의 목줄을 메고, 마트를 가 강아지용품을 살 생각에 들떴다.

그러고보니 아이가 나랑 있는 동안 한번도 쉬야랑 배변을 하지 않은 걸 느꼈다.

지금까지 참았다고? 사실 강아지 키우기가 꺼려졌던건 배변문제였다. 고양이는 모래에 파묻지만 강아지는 그냥 싸니까...

나는 믿기 힘들었다.

급하게 빌려온 배변패드를 아래 깔아주자 첼시는 머뭇대더니 조심히 올라가 배변과 쉬를 하였다. 

그런데 냄새가 고양이처럼 진하진 않았다. 화장실에 버리고는 뒤처리를 해주었다. 

그러고는 아이와 산책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도무지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꿈속에서 또 가위에 눌린 것이다...

 

그러고는 한참을 헤매다 잠을 깨었다. 

 

첼시는 강형욱이 키우는 부인의 오래된 웰시코기 개 이름으로 가끔 유튜브에서 본 아이이다.

하지만 내가 꿈에서 봤던 첼시는 콜리 종으로, 완전히 다른 강아지였다.

나는 첼시가 잊혀지질 않아 강아지앓이에 들어갔다.

단비, 먼로, 니니, 단밤이가 하나도 예뻐보이지가 않고

내가 안으면 3초있다 발톱을 세우고 도망나가는 고양이들말고 첼시, 우아한 첼시, 나만보는 첼시. 나와 함께 거리를 뛸 수 있는 첼시. 함께 걸을 수 있고 발맞출수있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첼시. 강아지.... 오직 그 강아지만 생각이 났다.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한 애견샵에서 분양받은거같은 인형같은 포메라니안이 쪼르르달려와 나를 핥았다. 신혼부부가 민망해하면서 애들 억지로 데리고 갔다.

 

나는 콜리였던 첼시를 못잊을거같다. 죽기전에 강아지를 한번 키워보고 싶다. 

 

마트다녀오니 네마리냥이들이 지들 먹을거없나하구 장바구니에 기어들어간다.

이내 토라져서 각자 자기갈길 간다.

 

강아지앓이 한동안 이어질것만 같다. 콜리. 첼시. 꿈에서본 나의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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