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병원에 다녀왔다
음식을 먹은그대로 물토를 하고, 물설사를 한지 3-4개월정도 된듯하다.
조금 좋아졌다 아니다를 반복하고
이젠 와인과 맥주를 먹어도 그대로 다 토한다
그런데도 먹는다
다른 스트레스 푸는 거를 하기엔 너무 고립되있고 의지가 부족하다
흑석동의 오래된 의원
노쇠한 건물에 문이 닫았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으로 운영을 한다
2015년부터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가는 나의 힐링장소
냉철하고 이지적이며 선이 굵은 할아버지 의사가 있다
70대 후반은 족히 되었을,
할머니 간호사도 꽤 이지적이다
술말고 식사는 뭘 먹냐고 했다
순간 말하려는데 숨이 턱 막히고 눈물이 핑돌았다
잠시 주저하자 의사가 쳐다봤다
나는 재빠르게 그냥 사무실에서 먹어요 했다
의사가 그러니까 뭘 먹느냐고
삼각김밥같은거요.
집에서는 뭘 먹는데요
술이요
아니 술말고 식사 뭘하냐고
아 라면.. 같은 거요
의사는 웃었다
이 의사가 웃는걸 처음 봐서 낯설었다
내가 우스운 대답을 한 걸까
누군가의 질문을 받았을 때
그것이 처음 받은 질문일 때
이게 그 사람 직업인데
그냥 타인이 나를 궁금해하는 게 너무 오랫만이라 그런건지
아무도 식사 뭘 하냐고 나한테 묻지 않으니까 그런건지
의사는 그냥 픽 웃을법한 에피소드였고
나는 따뜻함으로 오해한 순간이었다
술먹으면 이 약 소용없어요
소화잘되고 부드러운거 드세요
나를 지켜보던 간호사가 처방전을 주며 말을 건낸다
나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건 그녀의 직업인데
역시 따뜻함으로 오해하고는 옅게 웃었다
약봉지를 들고 길을 가다가 구둣방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내 구두 고칠게 있었던것같아
마치 구둣방에 정하고 온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가 인사를 하며
밑창을 더 단단히 붙였다
높은 구두의 밑창은 이상하리만치 자주 떨어지고 잘 닳는다
사람들이 더 이상 높은 구두를 일상생활에서 신지 않는 시대가 되면서
이젠 정장에 운동화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면서
나는 구둣방이 없어질까 늘 겁이 났다
죽기 전날에도 나는 하이힐을 신을꺼다
나를 오래 알아온 누군가는 너가 절대 포기 못하는 그거...ㅎ 라고 말하겠지만
이젠 그렇게 나를 오래 안 사람은 내 주변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냥 유별난 아줌마 괴상한 할머니 쯤으로 보일거다
그리고 그건 별 흠이 안된다
직업에 따라 나에게 묻고 웃어주는 상인들 말고는
그 어떤 곳에서도 어떤 사람에게서도 따뜻함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 내 삶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작은 친절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느라 그나마 있던 사람들도 거리를 두려 애를 쓴다
하지만 나는 매 순간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고
너무 과도하고 잘못된 방식을 생각해보면 나라도 싫었겠구나 싶고
이게 나의 최선이었고
참고 또 참아 한번 그렇게 한것을
매번 그러는 애가 된다고 해도
이게 나의 삶이었다고는 말할수있게 된것같다
이제 자해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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