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일이 안되는 밤에 쓰는 노트#1

misfortune4 2017. 3. 15. 22:32





따뜻하려고 털옷을 입어

아니 부드러우려고 털을 만져

그래 품어지고 싶어서 그래


품어주고 싶은 모성의 대상이 없어

실은

제대로 품어지지 못한 결핍이 

그 대상을 허상으로 만들었나봐


품어주는 품은 언제나 있지 않았어

성기가 들어오기 위한 전단계에서조차

품어주는 건 없더라

혼자 신음소리를 내며 만지는 것 밖에는


그는 달랐어


그는 꼭 엄마같았어


엄마같고 아빠같아서

엄마 아빠를 외치면

시니 엄마 아빠 시니좀 보래요

자꾸 찾아요

하고 놀려댔지


너무 흥분되고 좋았는데

그건 남자였기 때문은 아니었어

그건 뭐였을까?


털옷을 입기 시작한건 오래되었어

늘 털옷이 입고 싶었어

털만 보면 눈이 갔어

움직이던 움직이지 않던

털은

우리를

부드럽게 해

감촉은 우리를 만져줘

우리가 만지는대로 우리를 만져줘


많이 결핍되어있는 것을

극복하지 못한 채

고착된 것하고

함께

살아가는

성인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적 버릇을 못고친채

어설픈 어른이 되어있다

다리를 떨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훌쩍이고 질질끌고 껌을 딱딱 씹고


자신이 내는 소리와 행위를 통해

위안과 존재감을 느끼는


나는 소리없는 감촉으로부터

그것들을 찾아가니

그런 소리들로부터 근원을 찾는 이들이

불쾌하다

하기 짝이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같다


나는

원하는 것이

있고

잘 알고

그것을 

누리기엔

내가 너무 불완전하고 괴팍하여

하나님이

나로부터 

멀게 

놔두었다는것을

그것을 보존하는 형태로

그것 자체가 나로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떨어뜨려놓았다는 것을

알아


나의 본성과

살아가는 행태의 못난 부분들과

그 멀고먼 평행선이

나를 자꾸 울게 한다


나는 그 우는 힘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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