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토요일의 명령

misfortune4 2017. 7. 9. 11:31

이만큼 잠을 잔 날이 또 얼마전이었을까

 

보통 오빠를 못만나게 된 토욜이면

 

회사를 나가 밀린일을 하거나

 

경복궁 광화문 삼청동 북촌 까지 걷거나

 

연남동일대를 돌아다니거나 했는데

 

어젠 정말이지 하루종일 밖을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축축하고 나쁜 컨디션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날 누구와 살이 닿는다면

정말 죽이고싶을 느낌이었을 것이다

 

나가서 더 안좋을게 뻔한 배란기의 날에는

그저 눈을 억지로감고

지난 월요일서 금요일까지 하루에 고작 3시간만 잔 나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주입시키며

자라는 명령을 뇌에다 내린다

 

ㅎ하지만 뇌는 내 명령이 아니라

몸의 명령을 떠받들기에

가볍게 스킵한채 재 멋대로다

 

토요일마저 잠을 안주는 내 몸에게 그렇다면 내가 할일은

평일엔 지각땜에 못먹는 수면제와

와인세례를 부은 후

몸의 반응을 요구하는 것 뿐이다

역시 그제서야 뇌가 명령한다

잤다 아침7시에 또 눈뜬나에게 또 잤다

세시에 눈떴다 샤워했다

밖에 나가서 담배피고 들어와서

빌린 책을 열고 와인에 수면제를 녹여 먹고 또 잠들었다

다시 8시

강태오가 나오는 드라마를 한다

엄정화와 강태오의 그 고전적인 연기

그 두 인간형을 바라보는 게 좋아

그 유치한 내용의 재벌드라마를 견딘다

 

조승우와 배두나가 나오는 비밀의 숲을 보다 다시 잠든다

저 사람들의 저토록 앞서가는 지능은 역시 졸림을 유발한다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드라마는

.....

일이나 다름없이 미션같다. 조승우의 연기. 강해보인다. 좀 나약해보이기도. 이중적 감정. 무표정할수록 애매할수록 우리가 끌려간다는걸 계산이라도 하듯. 배두나의 무표정은 사랑스러운데 조승우의 무표정은 안그런 이유는? 남녀의 차이? 인간의 차이?

 

또 잔다

 

고양이 애무소리

 

에어콘 제습소리

 

와인병마개 뽑아지는 소리

 

또 잔다

 

의식은 깨어있으나 몸은 시체인 상태

 

 

아무도 내 목을 조르지 않는다

 

꿈에 오빠가 나와

내가 보낸 비지니스하기좋은 식당 메뉴를 보이며

우리 어디 가볼까 한다

 

문자를 보내고 확인도 안하는 오빠를 생각하다

이젠 별 꿈을 다 꾸는구나

 

눈떳다 8시 앗 지각이다

등골이 서늘해지자마자 거의 동시에

오늘이 일요일일지도 모른다는 한낱 기대가 떠오른다

스마트폰을 열기도 전에

어제가 토욜이었다는 걸 기억해내고

안도한다

 

이젠 안잔다

이젠 안잔다

오늘은 안자야지

24시간 잤으니 이젠 또

다음주의 적고 얕은 잠 속에서도

내 삶을 견딜수있겠지

 

헤롱대도 비틀대도

난 결국 오늘처럼 해내겠지

 

아무도 몰라도 해내겠지

 

 

내가 내게 내리는

미션 속에 사는 일이 견디기 힘들어지는 순간에

 

자꾸 죄를

짓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내 옆에 있다면

언제든

이 허무한 미션을 내려놓을 수 있는데

이것에 길들여진 나에 대해

포기할 용기가 있는데

 

 

토요일에 잠깐이라도 오빠를 보기 위해

바쁘다는 대답이 뻔할 걸 알고도

거절을 감내한 질문과 제안과 반려를 요청하며

애쓰는 이유를 오빠는 알까

 

종일 잠재우거나 종일 일하도록 하거나 종일 걸어다니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내가 싫어서인지를 알까.

 

언젠가 "나에게 완벽한 날이란?"이란 질문에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내가 하려고 했던 모든 계획들이 어그러지고 예상치 않은 일들로 가득 차버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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