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일을 다시 하고 싶다
설레였던 적이 언제지?
마흔에 묻는 질문이라니 너무 빠른가
설레였던 순간을 적어보자
보고싶었던 영화제 표 예매사이트에 접속하여 성공한 순간
막 도착한 영화제 도시에서 맡던 첫 공기, 첫 극장, 첫 냄새, 첫 시간.
호텔 예약하기, 비행기표 구하기, .... 짐싸보기 ...
비키니 입기 위해 몇일을 굶는 동안의 미치도록 행복한 기분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 우리집에 오기로 되어있고
나는 그(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때
조금씩 촉박해오는 시간, 완성되가는 음식들....
와인 내놓고 그릇 세팅해놓고 음악 틀어놓고...
기다리던 가수의 음반이 나와 신나라 레코드로 미친듯이 뛰어가던 때
기다리던 시인의 시집이 나와 교보문고로 붕붕붕 향하던 발걸음
따끈따근한 내 글이 실린 잡지가 나왔을 때
밤잠을 설치고 행복해했던 때는
모두 꿈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직전과 관련이 있다
무엇에 가 닿기 직전. 거기까지 힘겹게나마 이끌고 올 수 있었던 힘
그 과정에 대한 행복이었던 것 같다
설레는 게 행복과 관련이 있구나
내가 곧 행복해질것이라는 기대감이
바로 설렘이구나
행복은 영원한 미래형일때
진정한 가치가 있구나
지금 설렐 때
나는 한발짝 앞에 온것같은 행복을 슬쩍 밀어본다
자꾸 밀어본다
지연될수록 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까
바로 앞에 있을수록 더 명확히 보이는 것이니까
그 속에 들어가려는 욕심을 내지 말아야지
언제나 그것을 쳐다볼 수 있게 만들어야지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야지
보는 것으로 만들어야지
언제나 보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