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찬물샤워

misfortune4 2017. 8. 25. 00:39



그와 다녀온 이후로 지난 4년여간 물에 몸을 담가본 기억이 없다

해수욕. 수영. 꼭 그것이 아닌 목욕탕이라도...

여름도 끝나가고 휴가 이야기도 사그라들때쯤

차갑게 와닿던 해수욕의 느낌을

느끼고 싶어

34도에도 하지 않던 찬물샤워를 해본다

오늘같은 날 그것을 하는 이유는 뭘까

한달에 절반은 배란기증후군으로 고생하는게

이제는 익숙해진 난데

오빠가 없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불안해서일까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과잉분비되는 여성호르몬과

달아오르는 뜨거워진 몸

잔뜩 예민해진 인체의 모든 감각

냄새 촉각 청각 시각 폭력적인 모든 것

아니 그렇게 느끼는 것이 내 의지를 벗어날때

죽고싶거나 나를 죽이고 싶은 것이고

여자인게 저주스럽다는 것이다

 

찬물샤워를 하며 24시간 뜨거운 내 몸에게 처음으로 응답같은 걸 해준다. 최고의 배려이다.

그러다 자연스럽기 해수욕을 떠올린다

차가운 감각때문이다

휴가는 커녕 야근만 하다 감정이 멈춘

내 올해 여름도

기회주의자처럼 떠나간다

일절 봐주는거 없이

타이밍놓치면 끝인 얍쌉한 계절이

지난 장마 연이은 폭우이후 겨우 말라가는 반지하 장판을

들쑤시고는

이대로 가을로 가려나보다

 

계절이 아름답기는 커녕

차밑에 낮은 포복으로 들어간 새끼고냥이 만치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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