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형벌같은 연휴

misfortune4 2020. 8. 17. 17:39

엄마에게 과감하게 고성의 해수욕장에 해수욕하러 가자고 했다가 까였다.

일욜에 회사에 나갔다가 훔쳐온 김곡의 관종의 시대를 읽었다

곡사라는 쌍둥이 집단 영화를 아주 예전에 영상자료원에서 처음 보고 놀라 기절하기도 하고

그 이후로 만든 상업공포영화들도 즐겁게 보곤 했다

나랑 동갑내기 남자애 둘 김곡 김선 쌍둥이 형제

하지만 머리속은 완전히 다른

책의 내용은 우리 모두 이시대를 산다는 것만으로도 관종이다.

관심이 바로 존재이고 돈이다.

무관심이 바로 불안이다.

존재하지 못해 불안한게 아니라 관심받지 못해 불안하다.

이 책은 내 삶의 키워드 바로 타자라는 거울을 삭제한 시대의 인종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타자에 대해 저항하는 주체를 상실한 시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폭력성, 우울증에 대해 다루고 있다.

타자라는 대상이 사라지고, 주체가 없어지니, 나의 무한반복으로서의 타인만이 존재할뿐이다.

타인에 대한 혐오 역시 분노와 저항의 반댓말이다. 

혐오의 시대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 그저 사라지기(차단, 삭제)를 원할 뿐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만인 시대를 살고 있다.

 

고양이들이 책을 보는 내게 와서 비비고 책을 물어뜯다가 발을 물어뜯다가 책장을 넘기는 손을 물어뜯는다

집에 내가 있어서 아이들은 좋을까?

아무래도 밖에 무슨 소리가 나면 긴장하고 도망가기 바쁜 아이들로서는 안정감이 들 터이다.

오랫만에 창밖에 햇살이 났고 아이들은 나랑 놀고 간식도 얻어먹고는 창가에서 잠이 들었다.

 

요즘은 이상하게도 책이 잘 읽힌다.

내가 바닥을 찍은 게 틀림없다.

 

편의점에 파는 매운파스타 3800원

먹고 너무 맛있어서 바닥까지 긁어먹고는

마트에 890에 파는 필굿맥주를 세병이나 먹어버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ㅉ ㅉ

 

요즘은 최저가 검색의 달인이 되었다

 

나는 나르시시즘이 있나?

 

나는 편집증이 있나?

 

나는 왜 우울증+불안증+공황 이 섞인 환자가 되었나?

 

이건 그들의 책에 의하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세가지 성격의 질병이 융합된 것인데

 

아저씨, 아줌마로 대표되는 나를 쳐다보는 타자들과 매일 눈싸움하며 싸워대는게 저항일까?

나를 그런눈으로 쳐다보지마 이 새끼들아 라고 욕하는게 싸움일까??

 

나에겐 대체 뭐가 들어있는 것일까?

 

그들은 그런눈으로 본게 아닌데

내가 그들에 비춘 나의 연약하고 불안한 느낌을 덧씌우고 있는 건 아닐까?

 

 아저씨들은 그냥 내가불쌍해보여서 본걸까?

아줌마들은 그냥 내가 화냥년같아서 본걸까?

 

잘 모르겠다

 

나는 그들을 알 필요가 있을까?

 

다만 그들의 시선이 불쾌하고 화가나는건

수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이문제는

나의 술집생활 때문에 생긴 자의식이고, 트라우마일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내가 일당 벌어서 가져다 준 영화평론가 사칭 사기꾼 백씨는 잘 살고 있을까?

동거녀가 부자였는데 서교동에서 잘 살고 있겠지. 10년이 넘어 사실혼관계가 되었고

나에게 청혼한 그새끼가 언젠가부터 내게 내 와이프라는 말을 쓸때부터

나는 도망갔어야하는데, 

 

내가 유부남들을 본의아니게 만나온 경험들때문에 놀라지도 않은척하며

그 말을 그냥 받아들인 내가

내가 그냥 병신이었다고

내가 그냥 죽일년이었다고

 

아니 처음 그 아저씨를 만난 그날

아트시네마에서 이탈리아영화를 보고 오던 그날 인사동 골목길의 내 짧은 원피스만 아니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그날 나는 왜 그 길을 휘영청 보름달을 보며 걷고 또 걸었을까

나는 왜 집에 가질 않았을까

그 영화는 왜 나를 방황하게 했을까

 

 

이제와 무엇을 탓할까

 

 

 

 

영화표 수백장을 모두 버렸다.

 

인연도 모두 끊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영석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나를 보았을까 어색하게 지나치던 늙어버린 영석이

 

양석중도 영석이도 민영이도 백씨도 모두 안녕

 

 

나는 가끔 그 빨간바지 아이가 생각나곤 한다.

 

영화일을 하고 있을까?

 

 

 

 

 

고다르의 영화사를 보고 밤새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먹다 만난 오토바이 남자는 사법고시에 합격했을까

 

그 아이의 오토바이를 타고 청와대도 들어가보고 북악스카이웨이도 달렸다

 

고시원 총무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삶에 들어와달라고 했다 키스를 하고 아침 7시에 보내주었다

 

 

모두가 영화로 인해

 

내게 벌어진 일들

 

나는 부정할 수 없다 영화가 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을

 

그것도 헐리우드 고전, 무성영화들이 말이다.

 

 

오빠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제 변해버렸을 오빠를 감당할 자신도 없다

 

 

 

나에게 짜증과 화와 늙은생각만을 전달해줄, 우리가 연애할때 느꼈던 그 젊던 남자의 정신은 어디에도 없을

 

그도 나를 감당할 마음도 없겠지만

나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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