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일요일의 궁핍

misfortune4 2020. 8. 9. 16:43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서 범인을 유추하는 것보다 재밌었던 것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는 사람들의 비밀이었다. 

 

모두 궁지에 몰리면 진실을 말하며 살려달라고 한다.

 

1인칭 화자를 빼고는 말이다.

 

살려달라는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

 

 

단비의 똥꼬냄새가 너무 좋다.

 

니니가 너무 귀엽다.

 

먼로가 너무 작고 차분하고 착하다.

 

단밤이는 그냥 막내다. 찡찡이....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 살아보고 싶다.

 

고양이 4마리가 마음껏 사냥놀이를 펼칠 수 있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돈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냉장고를 열면 언제나 한숨부터 쉬게 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일은 월급날이지만, 밀린 월세와 관리비와 전화비를 내고 나면 또 남는 것이 겨우 몇십만원인데

 

여기저기 얻어먹은 사람들에게 밥도 사야하고

 

직원들에게 말복날 삼계탕까지 사겠노라고 해놓았으니

 

고양이들은 또 어쩌며, 스크래처에 모래에 장난감에 건사료에 캔사료에....... 간식에

 

 

멘붕의 월요일이 되겠다. 이젠 월급날이 하나도 기쁘지 않다. 

 

 

한 10분정도는 설레는 것 같다.

 

돈을 조금만 더 벌고 싶다.

 

내 월급은 너무 적다. 내 일에 비해. 내 나이에 비해, 무엇보다 내 경력에 비해

 

 

나는 50만원에서 100만원정도를 더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정도 돈을 주는 마크업체는 없다.

 

나는 너무 힘이 든다.

 

다시 월세가 싼 인천으로 가야하나 고민이 된다.

 

 

 

눈앞에 깜깜하다

 

 

국민은행 계좌는 막힌 채로 그냥 두기로 했다.

 

카카오뱅크가 있어서 다행이다. 

 

 

금융감독원에 대부업체를 신고했다.

 

 

이제 나를 괴롭히는 모두를 신고할 것이다.

 

난 더이상 내 힘으로 버틸 수가 없다.

 

 

나도 후원을 받고 싶다

길냥이를 구조하고 밥주면 후원받는데

데려다 키우면 아무도 후원해주지 않는다

 

참 이상한 논리다.

 

더 어려운 일을 하는 건 입양인데

 

집으로 들여 평생을 책임지는 건 능력이 되는 사람만 하는 일이라는 전제일까

 

밥주고 구조하고 임보하는 일에만 지원이 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죽을때까지 임보만 하면서 병원비 한푼 안내는 사람도 있다.

 

고양이 덕이란 덕은 다 보면서......

 

 

산에 잘 사는 애들을 데려다가 구옥에 가둬놓고 예뻐라 한다.

 

 

구조는 무조건 옳은 일일까?

 

손도 안타는 애를 바로 입양보내놓고

 

못다룬다는 이유로 다시데려오라고 해놓고

 

파양했다고 주홍글씨를 새긴다 째려보고 욕을 한다.

 

 

 

사람들 사는거 보면 어느 단체를 기웃거려보아도

 

산에 다녔던 사람들, 술을 먹으러 다녔던 사람들, 와인을 먹던 사람들, 영화를 보던 사람들, 고양이에 미친 사람들.

 

 

 

정상적으로 산다는게 뭔지 아니 그렇게 사고하며 살아간다는게 뭔지 도무지 모르겠고

나만 비정상인게 아니구나를 확인하는 정도로 그치곤 만다.

 

어쩌다

 

여기저기 미쳐서 이꼬라지로 살고 있게 되었다.

 

와인중독에 수백수천장의 유물같은 영화표를 아직도 끌어안고, 임보라는 무책임한 방식을 비난하며 입양한 4마리의 갈곳없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그들을 먹여살리려고 잔뜩 혈안이 된채 와인을 탐하며 한심하게...

 

고양이들이 노트북위에 하도 올라와서 더는 글을 쓰기가 곤란하다

 

 

 

어디서 돈버는지 알려주세오나도좀법시다

너무힘들어서죽고싶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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