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토요일,

misfortune4 2021. 10. 23. 19:54

백신 이후로 계속 몸이 안좋았고
약도 떨어져 빈정맥과 어지러움과 구토증상이 지속되고
하루하루 버틴다는 느낌으로 한주를 보내다보니, 고양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하지만 금요일이었던 어제 나는 조금 호전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얼마만일까. 약간의 식욕이 돌아왔다. 
이날따라 나의 문제든, 누군가의 문제든, 상황의 문제든, 여튼 여러 문제와 실수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해결했다는 나름 뿌듯한 일도 있었는데
그 뿌듯했다는 일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고 약간 나아진 나의 몸과 마음을 다시 망쳐버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게 왜 내 일이고, 내가 이시간에 다그침을 받아야하냐고 따지지 못하고 또 죄송합니다 사과한 내가 더 견디기 어려웠다. 
사과란 잘못한 사람이 하는게 아니다, 더 약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결국 언제나 병신같은 내 탓이다. 
 
 
토요일은 퇴원한 부모를 오랫만에 만나야하는 날, 아침부터 속도 안좋고 불쾌함도 해결되지 않아 죽어도 때려도 가기 싫어서 욕하면서 일어났다. 멀리 또 가야하니 속이 부글대는데 맛도 없는 밀가루덩어릴 입에 넣었다. 아무맛이 안느껴지니 계속 들어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를 나아지게 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 그냥 고장이 난다 
 
그렇게 속이 안좋은데, 노회찬6411이라는 영화를 광고하는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울어버렸다. 이 사람은 그냥 내편이다. 무조건 내편이다. 
새벽에 나와 별보고 들어가는 우리 인생의 곁에 있는 사람이다.
6411버스를 타고 노동자들과 함께 산 인생이다.
그사람이 받았다는 그 얼마의 후원금.
그것으로 스스로의 삶을 견딜 수 없어 유명을 달리했고
나는 노회찬이 죽었을 때 정말 온힘을 다해 울었다
정말 가까운 내 친구가 죽은거같은 느낌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이만큼 울어본적이 또 있었을까. 
내 트위터에 친구도 맺어주고
내 헛소리도 아픔도 리트윗도 해주고
수년간 팟캐스트에서 유시민과 지금은 (아니 원래 그랬을지 모르는) 미쳐돌아가는 진중권 개시팔새끼와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을 그 인상깊었던 말들, 그의 웃음, 그의 눈물, 그는 그냥 내 친구, 그 사람만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살고싶어지는 사람. 그런 사람.  
 
그냥 마음을 놓았다. 
노회찬은 큰 사람이다.
극도의 노동현장에 있었지만 마음에 여유가 있고 기쁨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앞에 겨우 코딱지만한 슬픔으로 미움을 쌓고 있다.
내가 참 여러모로 병신같았다.
그를 위해 울고 싶어져 아니 사실은 내가 위로 받고 싶어서, 실로 오랫만에 영화란 걸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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