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인간실격-결말은 보지 않아야했다

misfortune4 2021. 10. 26. 04:32

지독한 어두움의 시간을 통과한 

다시 어느정도의 평지에 서서 서로를 볼 수 있게 된 이야기

 

아키라라는 호스트바에서 일했던, 강재가 알았던 친한 형 정우가 죽으면서

그 모든 일이 시작된다.

정우는, 백혈병 아이가 있었고, 병원비를 위해 호스트바에 나간다.

그리고 자살카페 회원이기도 하다. 거기서 부정을 만난다. 

선후관계는 알 수 없으나, 아키라 실장인 종훈에게, 자신의 vip 정아란을 악플로 괴롭히는 부정을 

작업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부정은 죽기 위해 정우 등과 저수지 답사도 가고, 유서도 쓰고, 돈도 모았다. 

하지만 그녀는 죽지 못했고(삶을 버리지 못했고), 돈은 정우 아이의 치료를 위해 썼다. 

 

 

아버지가 죽은 후 처음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게 된 강재는, 

정우의 죽음에 끌리게 된다. 

이렇게 잘생기고, 뭐든 잘 하고, 멋있었던 형이, 뭐가 부족해서, 뭐가 허해서,

마지막에 동생들 돈을 다 끌어다가 잠적한 후 죽은 시체로 나타난 것일까. 

 

강재는 정우가 살던 고시원방에서 그의 삶의 흔적을 발견한다. 좁은 침대에 몸을 뉘이면 보이는 장소에

더덕더덕 붙은 가족 사진들, 아내, 아픈 아이,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되새긴 낙서.

그리고 부정의 보험증서와 유서까지.

강재는 정우가 자신이 완전히 모르는 세계에서 혼자 고군분투해온 것을 알게된다. 그가 어떤 삶의 끄트머리에 서있었는지를. 

그때 강재는 처음으로 고등학교때 죽은 아버지를 기억해낸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쓴다. 

나는 완전히 잘못살아온 것일까요. 

삶의 한가운데 굳게 발붙이고 살아가던 강재에게 죽음의 어귀를 처음 기억하게 해준 정우, 그리고 부정, 

그리고 그 끝에 아버지.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고 별을 보고 울던 젊은 엄마.

그리고 그 울던 엄마와 이상할정도로 겹치는, 부정.

아버지와 끔찍할정도로 사랑하는 부정.

부정은 죽음의 어귀에서 늘 쇠약한 아버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재를 만난다. 

부정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앞에선 온전한 딸이다. 

그녀는 힘들 수록 집을 나와 아버지 집에 가 늙고 병등 그 곁에 눕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강재를 만난다.

그곳은 그녀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아버지가 죽었다.

부정이 뭔가 그렇게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아란에게 강재와의 사진이 넘어갔다.

강재에게 종훈이 묻는다

'이제 절대 연락안올걸? 유부녀잖아. 잃을게 많거든'

혼자 옥상에서 혼자 빵과 우유를 먹으며 전철을 구경하는 강재.

그는 그렇게 부정과 멀어진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어쩌면 부정은 삶을 얻었다. 

희생할 순 있으나 좋아하긴 어려운 사람하고 사는 그 결혼이란 제도 안을 그녀는 택했다. 

 

강재와 부정을 그런식으로 억지스럽게 만남으로 연결지는 것이 반갑지는 않았다. 

나는 강재가 상처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마 여전히 유쾌한 유머를 구사하며 그렇게 씩씩하다(한척하다).

자신에 대한 자각이 너무 지나쳤던 것일까. 

나는 그녀와 친구인줄 알았는데, 이젠 그럴 수 없구나.

강재가 역할대행 사무소를 차린다.

이것은 더 뜨악한 결말이다.

강재가 더 이상 그 공허한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호스트바를 청산하고, 21세기에 진정으로 공허한 현대인들을 위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것 보면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꼭 돌아가야 했을까.

 

정우라는 인물의 죽음.

아들에게 몸을 팔아 모든 돈을 쏟아붓고 치료했지만

그렇게 떠나보내고

그 아들을 낳은 여인과 손을 묶고 저수지에 들어간 아름다운 한 남자.

친엄마도 친아빠도, 형제자매 누구도 장례식에 오지 않았던 외로웠던 한 남자.

불우했던 어린시절

그가 무엇보다 지키고 싶어했을 것이 떠오른다.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었을 정우의 현실은 지옥같았다.

염세적 세계관, 제프 버클리의 노래. 그를 붙잡아 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죽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변했고, 또 살아났고, 또 깊어졌다.

 

죽음이라는 삶의 행위.

많은 이들이 나약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그릇만큼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깨끗하게 살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렇게 되지 못할것같다.

 

너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죽음이라는 단어.

 

자해를 피하고자 자살을 참고자, 고양이들을 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고양이들을 안고 쓰다듬으며 울다 이대로 다 같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새벽에 깬 고양이들이 나의 시체를 어찌할까? 하는 생각만 든다.

화장실은, 먹이는, 다 어떻게 될까.

애니멀호더의 비극적인 최후로 기록될까.

 

이 드라마의 강재.

그 강재라는 남자처럼 살고싶다.

그 자존감 강하고, 소년같고 청년같고 남자같은, 그 인물처럼 살아보고 싶다. 

소녀같고, 여학생같고, 여자같은, 씩씩하고 강한 여자. 아니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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