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시간

misfortune4 2024. 5. 14. 11:16
시간은, 어떤 지속되는 한가운데 들어오는 것으로
내가 어떤 시간을 살았다면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견뎠거나 내가 속한 내 자연이 무언가를 견디는걸 느꼈거나
내가 누군가와 그 시간을 함께 했거나
하는 것이다 
 
함께 한 시간은
그것이 무엇이던간에 
시간으로 존재한다 
 
하면, 함께 견딘 시간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시간인데
그것을 함께 견딘것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냥 미친듯이 일만 했다거나
쪼개고 쪼개 무언가를 완료하고
시간관리라는 경영학의 개념으로 뭔가를 효율적으로 분배해서 완성하고는 만족감을 느낀 그런건
우리가 시간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타임매니지먼트라는 그 경영학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우겨넣어서는 곤란하다 
 
일이 미친듯이 쌓인 와중에 거리를 나와 나무속에서 꽃을 보며 담배를 피면
나는
그때서야 내가 시간속에 있다는 것을 안다
자연이라는 이 웅장하고 지루하고 영원한 
이 오래된 시간 한가운데
내가 속해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미친듯이 써대는 그 효율이 시간관리의 최고개념이라고 착각하며
그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미물로 자뻑에 취해 살다가 뒤질것이다. 
 
 
오랜 기간을 함께 했지만
함께 시간을 공유한 기억은 너무나 적은 사람들은
그 기간이 무색하리만치 퇴색된다 
 
짧은 기간, 하룻밤을 보냈어도
강렬하게 공유한 시간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현재를 살아간다 
 
그러기에
함께 견뎌낸 시간만큼 함께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몸통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고통을 겪는 것이다
오래 된 나무를 잘라내는 것처럼
오래된 건물을, 그 건물에서 들리던 기타소리를 제거하는 일은
그 건물에서 보여주던 이미지들을 사리지게 하는 일은 
 
시간을 무참히 파괴하는 
인류의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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