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월요일...

misfortune4 2016. 10. 10. 19:49


햇빛 비추는 날엔

거리의 노숙새 비둘기의 깃털도 빛을 입고 반짝인다

어두운 모든 것들이 잠시나마 빛을 받으면

별볼일 없는 것들도 동일한 혜택을 받는 듯 하다

거리에 태양이 가득한 날이면

사람들이 공평하게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나 거리가 음습하고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 거리에서 지내야만 하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건물 안이 아니라 건물 바깥이 오히려 빛이 나고 견디기 좋은 

그런 날들이었으면.

혹독한 4계절이 없이, 꼭 집이 없어도, 난방/냉방 없이도, 

우리의 몸이 견디기 적당한 기온이었으면... 

사람의 감정을 깊이 건들이는 날씨의 혹독함.....

좋은 날들만 지속되는 건 아니라고, 인생처럼 가르쳐주려는건지.



나이가 드니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부럽다 부쩍 자주 걷다 지쳐서 물끄러미 차창안에 탄 사람들을 바라보곤 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부럽지 않았던 것들이다. 나도 변해가는 걸까.

저런 자동차에 편하게 앉아서 가는 사람들은

나보다 더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경쟁에서 이겨낸 사람들이겠지

나보다 인생실력이 나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도 오빠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걷는 길이어서 좋은 것 같다.

오빠랑 헤어지자마자 차를 탄다면 그 헤어짐의 속도가 너무 빨라 더 슬플것 같다.

천천히 걸어 집에 오는 길이 좋다.

짧게 같이 보낸 시간이지만

나에겐 모든 변화들이 읽힌다

오빠의 표정, 달라진 공기, 조금은 급해진 성격, 더 조여진 우선순위들. 넉넉했던 품이 조금은 움츠러든 느낌

물론 내 기분탓이거나 오빠의 컨디션 탓일지도

아니 오빠란 사람은 조금만 어색하고 낯설어도 티가 나는 사람이니까

아직 다시 오빠곁에 있으려고 하는 내가 어색하구나 하는 느낌..


내가 너무 별볼일 없는, 능력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가슴깊이 깨달아지곤 한다.

오빠를 도와주고 싶은데 나는 오빠에게 부담스러운 사람일뿐인지도 모른다.

내가 좀더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무의미하고 허망한 기분을 느끼진 않았을텐데

사랑하려면 세상적인 능력도 필요한 것일까.


열심히 살 때 더 열심히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행동이 필요하다 헌데 오빠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오빠에게 내가 필요한 느낌을 예전처럼 느끼지 못했다.


안아줄께 빨아줄께.


그런말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와닿을것같지가 않았다.


나와함께 있어주었지만

우는 내 눈물을 닦어주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가 원하는게 나의 '오빠사랑해'같은 고백은 아니라는것은 확실해 보인다.


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할까.

맛있는것부터 다시 만들어볼까. 그를 위해 처음 요리를 시작했던 때를 기억해본다.

좌충우돌.....

나를 위한 요리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요리.

내 입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입으로 들어갈 음식을 손수 마련하는 일.


그것이 사랑의 시초일지도 모른다.


나를 위해 하던것을 누군가를 위해 하는 것으로 바꾸어보는일

나도 오빠와 떨어져있으면서 사랑하는 방법을 많이 놓치고 잊고 살아온듯하다


다가오기만을 기다리지 말자

언젠 내가 그런걸 기다렸다고... 안하던 짓을 하네.


너 상처받는거 두려워한적 없잖아.

왜 이래. ... 용기를 내 언제나. 

그것이 너 다와.


상처받자. 

그냥 그런 의식을 갖지 말자.


뭐 사실 그런거 별거 아니다.

사랑받으면 다 사그러질 것들에 불과하다.


감정을 즐기지만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해가자


다시 누군가의 맘을 돌리는 일이 뭐 쉬울줄 알았던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