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한밤중의 오은시집

misfortune4 2016. 11. 7. 22:24




지난주엔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낀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나같은 사람을 버겁게 느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같이 살지 않으니까

아니 내가 그들같이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그러다가 그들보다도 더 못한 사람이 되버리고 말았으니까...


내 감정이 지루해서 힘이 든다.


재키에게 다시 낡은 목걸이를 걸어봤다

낡아도 너무 낡아서 부끄러웠다.

나를 제외하곤 모두가 정지해있다.


모두가 나만 변하길 기다리고 있는 듯 지리멸렬하다.


나도 그냥 너희들처럼 살래. 그럼 안되니?


너희들은 비겁해.

자기처럼 살지 말라면서

자기처럼이라도 살것을 종용하니까.


자기와는 다르게 한번 살아보라면서 

뒤돌아 혀를 차니까.


자신과는 다른 에너지를 가졌다면서

자기를 어떻게 한번 움직여보라는 식으로 구니까.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변하려. 시도하려. 하지 않으면서...

(무엇이 나은 가치있는 건지 알건 모르건 간에)



단 한번만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누군가 다가왔으면 좋겠다.

나는 왜 맨날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지?


왜 나에게 먼저 사과하는 사람은 없지?


왜 모두가 내 눈치만 보고 있지?


왜 나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은 없지?


모두가 나에게 사과해야하는데

매일 나만 사과하고 있다.


결국 오늘도 내가 먼저 묻고는 만다.


아무도 내가 어떻게 사는지 묻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사는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사람들은 내가 좋은 상담가라고 얘기하곤 한다.


나는 사람들을 잘 파악한다.


나는 좋은 상담가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인사를 길게 끌어보지만

끝끝내 돌아오지 않는 되묻는 안부



엎드려 울어도 보지만

아무도 어깨를 두드려주지 않는다.


저 독한 여자좀 봐.


나를 피해 둘이서 짝을 진 채 수근덕대며 사라진다.

그 허접한 손들을 꼭 잡고

때가 나오는 더러운 손들.


냄새나는 마찰.




우리둘만이 향긋하지



내 상태는 너무 더럽고 타락해서 더러운 글들만 뱉는다.



문학과 지성사 시집을 전집으로 가지고 싶다.


내가 바라는 건, 더 이상 오빠생각을 해도 눈물이 나지 않는것과 이것.

내가 바라는 건, 빚을 탕감받는 일과, 불면증에서 해소되는 것.

내가 바라는 건, 더 이상 혼자 잠들지 않는 것.

일어났을 때 누군가 옆에서 썌근쌔근 자고 있는 것....

더 이상은.......



이시간 회사에서 남들이 신청한 시집을 몰래 읽다보면 힘든 야근도 견딜만 하다.



오은 <시간차공격>


기다리는 사람

찾아오는 것


시간은 길지 않고

순간은 많지 않아서


금은 틈을 내고

윤은 무늬를 이루었다


시간은 촘촘하지 않고

순간은 아질아질해서


그 틈에 발이 빠진 적도 있었다

그 무늬에 넋을 빼앗겨 한데 어룽진 적도 있었다


기다리는 것

찾아오는 사람


문이 열렸다

공기가 들어왔다

몇 개의 단어가 사연을 품고 따라 들어왔다


하나의 몸뚱이에서 겹침이 일어났다


시간이 오직 순간이던 때가 있었다

순간이 시간을 꽉 채우던 때가 있었다


문이 열렸다 댣혔다


벌써 찾아오고 난 뒤에

아직 기다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충만한 상실감이 있었다



오은 <나머지>


골목이 좋아요

새벽이 좋아요


아무도 없어서


여기로 오게 돼요

눈길이 가요

발길이 닿아요


등 떠밀지 않아도


정신 차리면 여기예요

나도 모르게 말하고 있어요

속삭이듯 웅얼거리듯

부르고 있어요


나머지가 보여요

작은 것이 작은 것을 끌어당겨요

나머지들이 모여요

더 큰 나머지가 돼요

외딴 덩어리가 돼요


골목이 분주해졌어요

새벽이 꽉 차게 됐어요


혼자인데 여럿인 몸으로

여럿이 있어도 혼자인 마음으로


기꺼이 나머지가 되는 일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 일

다음번에 할 말을 생각하는 일


어떤 말을 하려다가 망설여요

광장을 잊어버렸어요

아침을 놓쳐버렸어요


골목에 있어요

새벽에 있어요


아무도 없어요

내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