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11월의 마지막날...

misfortune4 2016. 11. 30. 22:01



삼십대가 이렇게 가고 이제서야 오빠에게 좀더 가까이 가볼수있는 나이가 되었다.

너무나 슬픈건 내가 오빠에게 다가가도

오빠는 또 오빠의 인생을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린 영원히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얼른 나이가 들어 오빠를 알고 오빠곁에 있고 싶다.

30대의 마지막 12월이 되었다.

아하.

지옥과 천당을 오르내리던 그 숱한 밤들. 세월들. 

뭐 결국 사람사는데서 겪은 일들인데

나는 너무 많은 일을 이 십년안에 겪어버린 느낌이 든다.

나는 나 다움을 결국 이 시간대에 알아

이 시간대에 전부 끄집어냈고

빛이났고

소진했고

행복했고

20대보다 더 많이 울었고

더 많이 움직였고

더 많이 토해냈다.


내면적으로 나는 

다시 이렇게 살아내지 못할거다.


너무 많이 세상에서 젤 행복한 여자였고

세상에서 젤 불행한 여자가 되었다가

세상에서 젤 밝은 아이였다가

세상에서 젤 우울하고 파괴적인 여자가 되기도 했다.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많이 어둡고 버겁게 내 삶을 만들어버렸다. 

이젠 그런 분위기를 덜어내기는 어렵게 되버렸다.


그게 그냥 김시원인생이 되어져버렸다.


적극적으로 그렇게 되어져버렸다.


능동과 수동이 맞물려있다. 


나는

마흔이 

죽어도 

되고싶지 않다.


나는 영원히 삼십대이고 싶다.

그 달뜬 여성의 섹슈얼한 느낌에 머물러있고 싶다.

그 농익은 아름다운 육체에 머무르고 싶다.


야속하게도

늙어가지만

더 야속하게도

성숙해지진 않는다.


하지만

옅어진다

무언가 농도가 옅어진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셔봐도

진한 담배를 머금어봐도


그 뜨거운 감정하나가 올라오는 횟수가 준다


다스리는 일에 치중하다보니

이젠 무엇도 잘 올라오지 못한다.


하고싶은게 뭐냐고 묻는것처럼

이상한 질문이 없는


하고싶은건 이미 할수없는게 되버렸고

되고 싶은 건 이미 과거형이 되었고


내 삶에서 말할 수 있는건

오직 과거형이고


저 먼 미래는

이미 과거형이고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을

다시 살아내보고 싶은


인생에서 단 한번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을 살아보고싶은


이미 겪었던 그 미래가

내 목을 슬프게 친다

목이 아프다


미래

내 미래

내 미래라는게 과연 있을까


오빠를 선물로 주고 싶다.


오빠 인생을 되찾아주고싶다.

거기서 라면 거기서.

혹시나 여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럴리가 없다며 도리를 치곤


행복하게 샤워를 하겠지


샤워할때


나는 젊어지고

행복해진다

오빠가 샤워기옆에 서있다

꼭 안고 서로 비누칠을 해준다


김이 서린 거울에

아직도 오빠얼굴을 그려넣는다

그 그려진 사이로 내 얼굴을 

겹쳐비춘다


아무것도 아닌 만남

누구에게는 그냥 그런 인연

혹은 악연


내 미래를

자꾸 그런식으로 과거의 방식으로 보게 된다


그런 방법에 너무 익숙해져서

떨쳐내기 어렵다.



40대를 살아야한다면

30대처럼 살고 싶다.


오빠처럼 살고 싶다

오빠같은 웃음을 갖고 싶다.


자기야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 자기야

내가 자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감정안다치려고 내가

일부러 이렇게도 살아봤어


내가 당신처럼도 살아보려고 했지


근데 자기야라고 불렀을때 없었던 탯줄같은게 꽉 우리를 붙들어매는것같은

그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점액질의 물질이


그런 끈끈한 것들이 그런 애착들이

나를 너무나 공허하게 만들어

나를 너무나 떠돌게 만들어


우리는 정말 너무 말도 안되게

정말 너무 중요한 걸 안붙잡고

말도 안되게

건조하고

공허하게


살기로 결심하고선


그 결심을 믿으려고 노력해


어른다운거


그게 왜 어른다운거지

어째서 

소중한걸 보듬지 않아도 되는 걸

자유라고 하지


사회의 계약에

모든 생의 의무를 걸어버리지




그래

내 말은 허무맹랑하다


난 이쪽도 저쪽도 아니까


난 어쩌면 저쪽을 더 많이 아니까


이쪽을 더 주장하고싶지 않은 사람이 되버렸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내 마음의 모양. 형태. 윤기. 점성.

그런 대로 증거로 남기고 가지고 

그 모양대로 그냥 살아가는 길밖에 더 있을까


이쪽은 주장할 수 있는 삶이 더 없어

나는

그렇게 당당하게

못 

살았네


파란만장한 삼십대가


누더기같은 마음을 하고도


추운 거리를 씩씩하게 걸어나가며


하늘에 달을 보던


시원아


너는 무엇을 꿈꿨니?

널 살게 한건 뭐니

그게 지금도 널 살게 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