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신동엽이 진행하는 '이론상 완벽한 남자'라는 프로를 봤다.
의뢰인이 여자고, 남자6명이 의뢰인에게 신청을 한다. 유리방에 갇힌다.
남자들은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여자는 남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키워드와 남자쪽의 키워드를 맞춰가며 또 감각적인 것들을 테스트해가며
매칭율이 가장 높은 남자를 골라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들은 서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각자의 가치관과 어떤 상황에서의 행동, 신체의 특정 부위나 접촉의 느낌. 등으로 판단을 해야만 한다.
의료계 쪽 전문가들이 나와 의뢰인과 남자들의 상황에 따른 심리분석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어떨 때 행복지수가 올라가는지, 어떨 때 분노가 치미는지등을 프로그램 중간중간 보여주며 그 사람들의 스펙이나 외모가 아닌 것들을 기준으로 한다.
짝짓기 프로그램의 외양이긴 한데, 인생의 키워드를 매칭하는 방식이 마음이 들어 뭔가 한번 보자 이런 느낌이 들었다.
신동엽은 역시 진행을 잘한다.
나는 신동엽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
느낌이 이만큼 적절한 사람도 참 드물다. 느끼한 게 1도 없다.
여튼 그 여자가 남자를 마지막에 돌아볼때
남자도 여자를 마지막에 돌아볼 때
이 프로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정말 떨렸고, 내가 울더라.
나 왜 이렇게 긴장되고 눈물이 났더라.
이게 뭐라고 드라마 보면서도 안우는데.
이게 그 여자가 3라운드 까지 가면서 끝까지 자신의 키워드와 싸우고
자신의 가치관을 믿고 확신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프로는 남자 6명만을 시험하는게 아니라 어떻게보면
이 여자의 마음을 시험하는 것이다
전부 변조된 소리로 듣다가 중간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번의 기회가 있다.
그게 전화통화를 하는 미션이었는데
나는 그때 이 여자가 흔들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이번 첫 회가 신기했던 것이
전화통화 미션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자기야 우리 내일 뭐할까. 이런질문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제안하는 방식이었고
여자는 그래 그러자. 라고 맞춰주고 애교부리다 끊는 식이었다.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에 마지막 순서인 남자가 처음 제시된 여자의 취미 생활과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하고는
탐크루즈가 나오는 영화가 개봉했더라 같이 볼까. 라고 말했다. 근데 이 여자가 너무 놀라서 그냥 끊어버렸던거다.
신동엽도 좀 놀라서 아니 왜 끊으신거냐. 잘 안들리셨던거냐. 라고 묻자
여자는 당황하여 아무 대답도 못하고 그냥 어색해했다.
여지를 남겼는데, 결론적으로 그게 이 남자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근데 이 남자는 1라운드 키워드 매칭에서 80퍼센트를 기록하여 가장 가치관이 비슷한 남자로 이미 선정되었던 사람이었다.
그걸 서로 전혀 모르고 있고, 시청자들은 아는 상황이다.
사실 인생의 키워드나 전화통화를 나누는 것이 큰 연관성이 없어보이는데
신기한 느낌이 있었다.
제일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여 여자가 남자를 돌아볼 때의 그 느낌을 떠올리면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
아직 젊고 짧은 인생일지라도 그간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대하고 사랑하고 실망하고 상처받으며
자신이 믿고 바래온 어떤 사람에 대한 기대를 확인하는 것.
물론 지금 이 프로그램에 나온 6명의 남자들 중에서 한명으로 선정한것 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외모와 스펙으로 시작되는 소개라는 절차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과 전부 반대로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보면 현대사회를 재밌게 풍자한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이렇게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사회속에서 이 인연이 이어질 수 있을까
자신이 가장 추구하고, 또 자신과 가장 맞다고 느끼는 사람이
정말 존재했다고 하여
내가 그 사람과 손을 잡고 갈수 있을까
그 맞춰가는 고통, 안맞는 상처, 부정적인 기억들을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
삶을 힘들게 만들고, 좋았던 기억도 앗아가는데..
그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뭔가 좀 던져주는 아니 환기시켜주는 게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그런 느낌이 좀 들었다.
작품을 통해서도 문학을 통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그것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 될 때
자꾸 폐쇄적인 되는데
이런 세속화된 프로에서도 사람들이 아무생각없이 보는 TV에서도
나름대로 뇌에다가 긍정적인 신호들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의 잘못된 관습. 결혼이라는 부담스러운 제도. 이성에 대한 세속적 가치판단.
이런 사회속에서 오히려 특별한 관계를 위해 노력할 의지를 상실하거나 그럴 필요를 못느끼는 사람들에게
알아서 뭔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같이 병든 사람들에게
작은 떨림 같은게 있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는 여자가 중요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첫 회의 여자는 정말 예쁘기도 했으나(특히 상황극을 할 때 썬캡을 썼을 때)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믿는 걸 지켜내는 게 이 프로를 살렸던 것 같다.
그리고 보는 사람에게도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프로그램 리뷰따위를 쓰는 이유는
오빠가 보고 싶어서이다
나는 오빠의 스펙은 모르고 외모와 느낌만 보고 그냥 안아버렸는데
이렇게 포근할 줄 알았다니까
혹은 이렇게 푹신한 나무토막이라니 했지만
나는 정말 한수위였던걸까
어떻게 딱 외모만으로 그 사람을 다 알것같았을까
나는 왜그랬을까.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을꺼다.
무한도전에 나왔던 한 신경과정신의가 최욱정영진 불금쇼에 나왔는데
자신도 상태 안좋을 때 뇌에 세로토닌 분비해주는 약 하나씩 먹는다고 하더라.
세로토닌이 문제인건가
장동선박사(요새 알쓸신잡2에 나오는 독일태생 한국인 과학자 나보다어림 인데 샘킴같은 느낌인데 더 멋있는데 약간 우리 오빠같아서 더 좋다)
가 쓴 뇌속에 또다른 뇌가 있다를 읽고 있다
정말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책을 길게 읽지못해 자꾸 덮는다
직장내 아줌마들 단체 소리지름 사건 이후로 우울증이 깊어진 것 같다.
아래 내용을 상담할거다...
1. 뒤에서 나는 소리. 공공장소에서의 타인의 목소리. 혹은 그들이 내는 소리들(기침, 껌씹는소리, 가래뱉는 소리, 목 고르는 소리, 다리 떠는 소리 등), 각각의 채취(이건 밀폐장소에서는 아예 입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이제는 해결됨). 안좋은 느낌을 가진 사람이 내 가까운 곁을 지나가거나, 살짝 치거나, 말을 걸거나 앞 옆 뒤에서 빤히 쳐다볼때, 극심한 공포감이 들고, 온 몸이 발가벗겨 지는 기분, 오물을 뒤집어쓸것같은 기분이 들어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참을 수 있을때까지 참거나 혼자 작게 말로 해버리거나, 하지만 배란기때는 여지없이 말을 하거나 집에 와서 이불뒤집어쓰고 큰 소리로 욕하거나, 울거나를 한다
2. 소화가 늘 안되고 잠이 늘 안온다. 오래되었다.
소화가 잘 되고 스르륵 잠이 오는 날이 나에게 온다면 그 날은 내 마지막 날일 것만 같다.
시중에 파는 온갖 소화제를 복용하며 잠을 위해 5년 넘게 매일 와인을 마셨으나 이제는 와인을 먹기 위해 뭐든 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스러운 사람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사람하고 안고 자면
소화도 잘되고 잠도 잘왔었다.
그런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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