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일요일 풍경

misfortune4 2018. 2. 25. 16:24

 

동네 다람쥐 공원엔 다람쥐는 없고 그의 동상만 있다

서서 웃으며 도토리를 까먹는 이상화된 그의 동상

 

끔찍하게 두렵고 무서웠던 토요일을 새벽까지 견뎌내고

눈떠 나온 일요일 오후세시반

반지하에서 느끼는 어렴풋한 빛정도로 그날의 날씨를 짐작하다간

오산이다

구름한점없는 푸른하늘과 짱짱한 햇살 차가운 기운을 한결 걷어낸 공기. 검색엔진 날씨정보에 뜨는 미세먼지주의 란 게으른 정보와는 다른 차원에서 살아있는 날씨. 어떤 순간은 매우 청명하게 느껴지는

 

다람쥐 공원엔 아무도 타지 않는 그네가 두개 걸려있다

내가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에 거기서 그네를 타는 일이 더 어려울것이다

낮에 나온것이 얼마만의 일이기에 이리 낯설지 두 아이가 조잘대며 그네를 휘젖는 모습이 활기차게 느껴져 한참 보았다

게임이나 인터넷이 나쁜 건 아닌데

무릎에 힘을 넣어가며 그네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려는 상상의 과정속에 일어나는 공기의 압력 느낌 차가와지는 뺨 아무리 굴러대도 그대로 인 푸른하늘의 영원성 같은 아름답고 어지럽고 아련한 그네타기의 느낌까지 대체하긴 어렵겠지

 

언론에 매일같이 등장하는 우리네 쓰레기같이 한심한 어른들도 어릴땐 다 저러고 놀았을걸 생각하면 우리 어렸을땐 말야 하면서 요즘아이들의 놀이행태를 우려하는 말은 우습기만 하다.

동심을 운운하는 인간들일수록 가장 타락한 어른일 확률이 높다.

 

오랜만에 밝은 하늘 속 신촌거리를 걸었다.

새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부모들과 연인들이 손을 잡고 어지럽게 오다닌다.

 

하늘이 쨍쨍하다.

 

택시를 타고 이 풍경에서 소외된 나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들었다가 빠져나갔다.

 

소외된 느낌이 나를 보호하는 느낌보다 훨씬 익숙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려는 일. 행동. 은 소외되는 경험이 많았다. 주목받는 느낌이 부담스럽지만 지지받는 느낌엔 언제나 갈망이 있었다.

'그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차  (0) 2018.03.20
정말 모르겠다.  (0) 2018.03.14
힘든 날이지만 희망이 보인다.  (0) 2018.02.21
상상하기  (0) 2018.02.08
five를 잊어버렸어요  (0) 2018.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