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막차

misfortune4 2018. 3. 20. 15:29




더러운 도둑고양이들처럼 웅크린 채 버스 구석구석 드문드문 몸을 숨긴 이들이

꾸벅꾸벅 졸고있다.


집이라는 당위성과는 가장 먼 개체들인것처럼 그들은 지구로 가는 마지막 차를 가까스로 탔다.


몇시간 후면 다시 아침이 온다는걸 아는지

밤에 대한 어떤 낭만도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졸듯이 차창밖을 향해 하염없이 고개짓을 한다


다리가 부어오르고 팔이 저려올때쯤 반사적으로 일어나 막차를 잡아탔다

몸을 우겨넣고 이리흔들 저리흔들, 몸도 마음도 반병신.

정거장에 토해내듯 버려두고 떠나는 차의 뒤꽁무늬를 노려본다

거칠고 차겁고 무정한 이를 보는 것만 같아 몹시 불쾌하다

내 존재마저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저 차장의 볼썽사나운 행위가 못미덥다

밤이면 운전을 아무렇게나 해도 모두가 얌전히 조는데만 집중한다


도둑고양이들처럼 일단 몸을 숨긴 것을 안도하며

짧은 숨들을 내쉰다

온종일 먹어댄 음식과 땀의 악취들이 진동하나

그 누구도 신경쓸 여력이 없다


피폐하고 쓸쓸해진 몸으로 버려진 채 괜히 환한 불빛 하나 찾아 들어간다

겨우 1600원짜리 필라이트 한병을 산다

먹지않아도 괜찮을 1600. 내일먹어도 괜찮을 정도의 딱 그 정도.


뒤돌아보지 않아도 좋다.

도둑고양이 말고는 아무도 내 뒤를 염탐하지 않는다.

아니 도둑고양이마저 나를 피해 몸을 숨기는 시간,


집앞의 쓰레기처럼 나뒹굴듯 집으로 굴러간다 온몸과 정신과 영혼이 그렇게.


의미없는 눈물이 그렁그렁맺혀흐르면 잠이들 시간이다

곧 일어나야 하기에 몸을 말아 작게 잔다

최대한 몸을 작게 만들면 일찍 일어날수있다


항상 첫차를 타자는 마음으로 막차를 타고 왔다

그러나 아직 한번도 첫차를 타지 못하였다


첫차를 타고 싶다.

막차 안에서의 희망은 그것 뿐이다.


이 버스안이 밝아온다는 희망만 있다면

이리 어둡고 꾀죄죄하여도 


마음은 막 벅찰것만 같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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