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오빠를 뺏기는 꿈이라기 보다, 그를 알 수 없어지는 꿈

misfortune4 2019. 4. 21. 08:58




아침부터 단비병원 내 병원 왔다갔다 하다보니 벌써 4시를 넘어간다.

내 병원이 아직 강남에 있다보니 거리에서만 거의 서너시간을 보낸 듯 하다.

오고가는 길 사람들과 차에 치이고 지친 탓일까

키움의 야구를 보며 맥주와 만두를 먹다 5-6시경 잠이 들어버렸다.

단비가 먹이를 달라며 나를 물어뜯고 냐옹대고 해서 눈을 뜨니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비몽사몽간에 허피스 감기약을 타서 주었는데도 정신없이 먹는다.


몸에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오랫만에 오빠에 대한 묘하고 슬픈 꿈을 길게. 아주 길게꾸었다.

사실 10시 정도에 땀을 흘리며 깼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이상한 느낌을 느끼다 다시 잠이 든 것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있었다. 

정민이란 아이와 원령이라는 아이. 어떻게 까맣게 잊고 살았던 그 아이들이 지금 생각난 것일까?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물론 꿈에선 기억나지 않았다, 지금 글을 쓰려다보니 너무 자연스럽게 이름이 불러진다.


오빠에게 전화가 왔는데,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 정민이란 아이에게 왔다.

내 전화는 절대로 받지 않던 오빠가 그 아이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 그들의 통화를 옆에서 들었지만 그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빠와 통화를 하곤 약속이 생겼다며 가버렸다.

그들은 왜 만나는 것일까?

내 친구들은 내가 오빠에게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란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연락을 받지 않고 나를 피하는 오빠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내 문제로 상의를 하려나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어 그 아이의 약속장소로 몰래 좇아갔다.

둘은 카페에서 앉아있었다

왜 앉아있을까.

나는 무섭고 두려웠다.

나는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

금새 그 자리를 피해, 버스를 타러 정류장을 찾았다.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집에 가야해.

우리 집에 가려면 무슨 버스를 타야하는 것일까.


두려워 택시를 탔다.

그런데 그 택시는 골목을 뱅글뱅글 돌아다니다 

아까 그 곳 어딘가에 나를 내려놓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너무 두려웠다

다시 그 카페를 갈수도 없고, 버스도 택시도 탈 수 없었던 나는 

길을 잃은 그 골목을 하염없이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두렵고 긴장되고 슬펐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무서웠다.


(단비를 이동가방에 넣고 30분 거리를 걸어 강아지만 그득한 왈왈대는 병원에서 진땀을 흘리며 아이를 보호하다 진료후 재빠르게 빠져나와 집까지 뛰다시피 걸어와-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때문에 집에서 생활하다 바깥에 나가면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받는다-약을 먹이고 하악질과 할큄을 당한 후, 다시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으로 넘어왔는데, 신논현역에 잘못내려 병원까지 20분을 걸으며 수많은 강남역 인파들과 부딪히고, 진료를 왔더니 10분만에 끝내버리고는 허탈하게 다시 집으로 긴긴 여행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나를 쳐다보고 내 고양이를 쳐다보는 모든 사람에게 욕을 했다. 그리고 들어와 음식을 먹자마자 잠이 들어버려 긴 시간을 잤던 것이다. 나는 스트레스에 왜 이렇게 취약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일까)


어디론가 계속해서 걸었지만 결국 같은 골목거리를 뱅글뱅글 돌고 있단 걸 안것은 그들을 마주치며 부터였다.

정민이와 원령이가 다시 만났고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나를 보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고,왠지 나또한 그들을 보고도 말을 걸 수 없었다.

둘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고

새롭게 마주칠때마다 다른 표정이었다.


오빠얘길 하고 있는 걸까. 오빠는 지금 어디 있는 걸까. 오빠는 왜 정민이를 만났을까.


장면이 바뀌어 우리 셋은 다시 같이 있었다.

그런데 그곳은 어떤 화장실이었고, 나는 그 둘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는 상황이었다.

둘은 오빠 얘길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잘 들리지 않았다. 

원령이에게 전화가 왔고, 오빠였다. 둘은 또 만날 약속을 한다.

왜 자꾸 나는 배제가 되고 저 셋은 무슨 작당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오빠가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원령이마저 오빠를 만나러 갔다.


내가 전화할 때마다 받을 수 없는 전화라는 오빠 전화는

어째서 저들에게만 가는 것일까.


오빠는 한 번 저 아이들과 나와 만난적이 있었다.

오빠는 저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에 대한 거부감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나는 후자일수도 있고, 둘 다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갑자기 오빠가 무서워졌다.


오빠는 무서운 사람이구나.

사람을 한 번 싫어하면 무섭게 돌변 하는구나.


나에게 상처주기 위해 그 무엇도 할 수 있겠구나.


나는 다시 그 화장실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이번엔 직장 동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나를 두고 제주도 여행을 함께 간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나를 알아보지 못한 채 꽤 심각했다.


그들에게도 오빠가 전화를 걸까?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거리에 차가 지나갔다.


오빠 차에 정민이와 원령이가 함께 탄 채 어디로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나는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되뇌이며 어딘가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 그곳은 고등학교 교실이었다. 


드르륵. 문을 열자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곳에서 어떤 아저씨와 만나는 이상한 여고생이었다. 

나는 지금 이상황을 설명하고 싶었다.

아니 지금 오빠와 함께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정민이와 원령이야.

오빠는 이미 나를 만나주지 않아. 

그들과 새롭게 만나려는 거 같아.

라고.


하지만 나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교실에 돌아와 엉엉 울었다.


너무도 서러운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오빠가 누군지 모르겠다.

그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이토록 멀고 두렵게 느껴질 수가 있었을까



땀을 흘리며 잠을 깨었다


일단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를 한 것은 단 1초도 안되었을 것이다.


나는 상태가 좋지 않았고,

기분을 참고 있었고

종일 너무 힘들었고

금요일까지 생리혈을 쏟느라 어지러웠고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전화통화하고 옆친구, 가족들과 떠들어대고

사람을 치고도 알지 못하는 상태의 수많은 사람들

아무렇게나 나를 훑어보고 지나가는 늙은 눈들

뒤를 돌아서까지 내 신발과 치마를 훔쳐보던 아줌마들

내 가슴을 보던 어떤 아저씨

내 고양이를 쳐다보던 어떤 강아지 가족들

어떤 강아지들

아이들

엄마 고양이다 라며 손가락질하던 아이들

벨을 누르기위해 내 머리를 치던 어떤 남자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

화를 내는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던 사람들 무리



오빠랑 길을 걸을 때면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는 것이 기뻤는데

(우리는 비주얼적으로 옆에 서있으면 서로가 밫나며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런 기억은 이제 점차 없어지고


나는 이제 오빠놀이라는 걸 점차 할 수 없어질 수도 모르겠다.

오빠는 이제 내가 아닌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고

어쩌면 이전에도 그래왔다는 걸

나는 꿈으로 본 것은 아니었을까


이부자리가 축축하고,

나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이렇게 슬픈 꿈은

더 이상 꾸지 않길 바래보지만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행복한 꿈을 꾸길 바라겠는가


고양이가 야옹대며 내 머리를 가볍게 밟고 지나간다


고양이를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사건 그 이후이다

그들은 징조를 보이지 않는다

솜털같은 몸으로 젤리패드를 달고 다니며

도무지 사람이 상상할수 없는 몸놀림을 가진

신비롭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내가 그 아이들을 들인다고 내 삶이 얼마나 더 달라지길 바랬다는 것도

사실 우스운 일이다.


아이들은 처음에 낯선 인간의 세계로 들어와 

자꾸 옷장으로 어두운 곳으로 숨지만

금새 이 곳이 나의 있을곳이라 인지한 채

마음껏 휘젓고 다닌다

그들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들이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한 들

그들은 고마워한다기 보다

삶이 예전보다 덜 고생스러워진 것일 뿐이다


편안함에도 적응을 잘 하며

불편함에도 적응을 잘 하는

신기한 동물일 뿐이다

그들은 비교우위의 삶을 살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싸구려 캣타워에 사는 고양이와 2-30만원이 훌쩍 넘는 캣타워에 사는 고양이의

행복을 비교할 수 없다.

안락한 쇼파에서 비싼 간식을 먹는 고양이와 길에서 캣맘이 주는 사료를 먹으러 밥시간을 기다리는 길냥이의 행복 역시

비교할 수 없다.


나는 고양이로 인해 달라질 수 없다.

고양이는 나로 인해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됐을지 모르나

내가 이 고양이로 인해 포기한 많은 것들을 절대로 알리도 없고, 알필요도 전혀 없다.

감사와 고마움은 인간의 몫이지 그들의 몫이 아니다.


우리는 고양이의 몸놀림과 귀여운 표정과 가슴털을 보며 만지며 

작은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전혀 내 삶은 달라지지 않을지 모르겠다.


내가 살아야 할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고

내 문제

내 과거

역시 


그대로 나를 괴롭힐 수 있다


나는 여전히 계속 치료를 해야한다.


고양이가 평생 허피스와 싸워야하듯.


내가 왜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했는지를

언제나 생각해야 한다.


내가 왜 나를 아프게하는 오빠에게 사랑을 여전히 느끼는지도.


나를 스스로 해치면서까지도 놓지 못하는 그의 사람다운 어떤 부분을

나는 영원히 갈망하며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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