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친화적이지 않은 고양이와는 한방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 걸까?
손만대면 쓰러지던 얘전 양이만을 생각하다 호되게 당하고 있는 나는
어제 애먼 단비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나응식 수의사는 사람이 고양이를 의인화해서 생각하는게 문제라고 했다
온전히 고양이라는 개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과 잠을 자본적도 없고, 식당방에서 어미고양이와 형제고양이와만 지내다가
다 입양가고 자기 혼자 남아 은재님 집에서 모르는 고양이와 지냈는데
그 고양이가 단비를 원치 않아서 방 하나에 가두고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쉼터에 입소해서 다른 길냥이들과 지냈다
내가 처음 본 단비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봉사자들이 만져도 그냥 포기한 듯이 가만있는 아이였다
그리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있는 아이었다.
원래 눈에 물의 분비가 많은 건가 싶었다
낚시대 놀이를 할때면 트리블 더블을 하며 뛰어오르는 재주도 있었다.
다른 성묘 고양이들이 핥아주면 가만히 그릉그릉 있는걸 봐서는
사람보다 고양이를 더 편하게 여기는거 같았다
당연하겠지. 고양이들과 자라면서 그들과 잤으니까.
우리집에 온 단비는 매일 매일이 달라지고 있다
첫날 하울링하며 사료를 냠냠냠냠 먹던 모습이 가장 귀여운 모습이었고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지금 단비는 내가 저녁에 재빠른 속도로 집에 힘들게 가면 문을 열자마자 하악질을 하고
밥이나 내놓으라고 야옹댄다
쓰다듬어줄라치면 도망가서 숨어버리기 일쑤고
숨숨집에 손을 뻗치면 손톱을 세우고 쳐내며
내 옷장안으로 들어간 후 1-2시간을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다 낚시 줄로 놀아주면 흥미를 보이다가 15분도 안지나서 금새 흥미를 잃고 내 손가락을 주시하며 물기 시작한다.
배운대로 철저히 무시하며 공놀이나 인형놀이로 대체할라고 하면 금새 흥미를 잃고 숨숨집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리고 내가 누워버리면 내 머리카락을 와서 뜯는다.
내가 훽 돌아 밀어내면 야옹-하고는 별볼일 없다는 듯 또 혼자 숨숨집에 들어간다.
하여간 24시간 중 내가 사준 라탄바구니 숨숨집에서 20시간 정도는 지내는것같다
저거 안사줬으면 어쨌을까 싶다
밤새 깨있고 내가 출근하면 잔다
나 나갈준비할땐 옷장에 들어가 그냥 자버린다
나가는 척 하고 문 빼꼼히 열고 봤더니 내가 나간줄알고 마루에 나와 탐색을 하다 나에게 딱 걸리자 하악질을 했다.
나와 있기 싫어하는 고양이
내가 없어야 편하게 돌아다니고
배고플때만 나를 찾는 고양이
가까이가면 할퀴고 놀아주면 금새 흥미를 잃는 고양이에게
둘쨰 고양이를 들이는게 답일까?
어렵고 낯설고 슬퍼서
어젠 옷장에 숨어버린 고양이 앞에서 소리를 지르다 엉엉 울어버렸다.
내 손도 엉망이 되었고 마음도 매우 슬펐다
창문이 있는 곳에서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가진돈으로 구할수있는 크고 좋은 집을 위해 집값이 저렴한 인천까지 또다시 이사하고
예전과는 달리 이사과정에서 너무나도 힘들어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유혹과 계속해서 싸워야만 했던
체력이 바닥나 죽고만 싶었던 1-2주의 기간을 버티고
겨우 만난 단비고양이인데
단비를 만나게 된 날도 우박이 왔고 너무많이 추웠는데 얇은 가디건 하나를 입고 인천에서 수원까지 눈비를 뚫고 그것도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고 30분을 넘게 우박속을 우산도 없이 걸어서 만난 아이인데
나의 노력에 조금도 합하지가 않는 단비의 돌출행동과 분노조절장애같은 고양이의 행동과
사람을 익숙해하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고, 숨고 도망만 다니다 내가 나타나면 공격하기 바쁜
아이에게 어떤 위안은 커녕 온몸에 상처만 입고 새벽에 잠도 안자고 울고 물고 뜯는 고양이를 밀어내기 바쁜
행복하지 않은 인천에서의 2주가 지나간다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결심을 매일 하고 퇴근하지만 집에가면 매일 결심이 무너진다
6개월밖에 안된 수컷고양이가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수컷하고 안맞는걸까?
소리를 지르니 기가 죽는 건 암컷과 완전히 다르다
생난리부르스를 치고 온데를 다 기어다니면서 목욕전쟁을 하고 나니 나를 다시 보는것도 암컷과는 다르다
뭔가 충격효과가 필요한 고양이인가?
암컷들은 삐지는데
수컷은 뭔가 기로 눌르면 잠잠해진다
나는 서열이 싫다
수컷은 그런 본능이 있는 걸까
그런 본능도 나는 안맞는다
내가 너보다 세기 때문에 너를 컨트롤할수있다는 게 나는 싫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해서 배려하는 관계를 원한다...
수컷 고양이 아직 아기인 이 아이와도 이렇게 힘든데
나는 정말 결혼해서 애기낳아서 살았으면 지금보다 10배쯤 불행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단비에게 무릎꿇고 빌고 싶었다
나 행복하기 위해 널 데려온거야
난 그만 상처받고 싶어
난 더이상 나를 밀어내는 걸 견딜수가 없어
평생 부정당한 인생인데, 너마저 나에게 그러면 나는 너무 힘들어
내 맘을 조금만 알아주면 안되겠니
모두가 나를 밀어내서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최선을 다한 사람들도 모두 나를 버렸는데
내가 너에게 최선을 다할 수록 너는 나를 멀리하려하니
나는 이것이 운명인것일까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행복해지는 것일까.
어떻게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릴수만 있지?
그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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