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30, 한강에 다녀와서>
하얗고 통통한 강아지가 이상한 크르릉 소리를 내더니 나자빠져 뒹굴거린다. 알고보니 속살도 제법 쪘다. 귀가 쉽게 팡랑팔랑 뒤집힌다. 그런줄도 모르고 크르릉 캑캑 거리며 짖어 댄다. 오빠 왈' 적게 먹이고 운동 시키세요. 살쪄서 그래요' 주인 왈 '그래도 소용없더라구요. 먹는 걸 워낙 밝혀서... 얘들아 가자' 크르릉 거리는 강아지와 여기저기 손타느라 정신없는 나머지 두마리를 불러 사라진다.
나는 한강둔치에서 오빠 무릎에 누워 잠을 잤다. 하늘을 보았다. 구름과 잔디풀만이 닿아있었다. 그 사이에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자 갑자기 잔디가 거대한 숲처럼 느껴졌다.
내 옆에 오빠가 있을 때 오빠만큼 거대한 성은 없다.
내가 오빠 옆에 있을 때 오빠는 어떤 느낌일까?
사케의 취기가 올라온다. 와사비향과 회 특유의 뒷맛과 사케 향이 뒤섞여 하늘과 잔디와 내 눈꺼풀을 교묘하게 연결지어 끌어들인다. 신경은 아주 많이 나른해졌고 꿈과 현실사이를 수시로 왔다갔다 했다. 깜빡 조는 것, 둘다 깜빡 졸았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깜빡 조는 것은 앙큼한 일탈같다. 그리고 그 일탈을 각자 동시에 공유했다는 것이 신기하고 친밀하게 느껴져 오빠를 향해 빙긋이 웃었다. 부르르 얼굴을 털어본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알콜과 수면의 연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있을까? 적당히 술먹고 기분좋게 잠드는 걸 오빠는 늘 일상의 중요한 유희거리로 삼는다. 오빠의 저녁시간은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것은 오빠의 방식인데 나는 그것을 조금 배워가고 있다. 사실 나는 술먹고 기분좋게 자본적이 없다. 오빠는 알콜의 작용을 즐기며 신체를 그것에 맡기는 식으로 행동한다. 술을 먹으면 말을 하지 않고, 술이 잠재우는대로 잠을 자버린다. 오빠는 저항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어떤가? 나는 고래고래 악을 쓰고, 울고, 성토하고, 술을 미워했다. 그래서 세상을 미워하기 위하여 술을 먹었다. 세상을 망가뜨리고, 온전한 관계를 할 수 없음을 절망하기 위하여 술을 먹었다. 나는 축하주가 무엇인지 몰랐다. 나는 포도주의 기적을 알지 못하였다. ... 오빠는 마치 성서에 나오는 축제에서처럼 술을 나누는 걸 즐기고, 흥에 취해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빠는 한 편으로 행동에 인위성이라는 것이 없다. 그저 하지 말아야할 때와 해도 되는 때를 구분하려는 잘 교육받은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도 있다. 남자에겐 그러한 순수한 자체로서의 놀이, 흥미를 즐기려는마음이 늘 유지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것을 찾아다니는 남자들이 있다. 사회는 그들을 호탕한 사람정도로 본다. 때론 낙오되기 쉬운 위험인물로 보기도 한다. 내 눈엔 그들은 사회체제를 넘어설 수 있는 인간들의 표본이다. 그들은 중요한 사람들이다.
<11/09/03, 오빠가 떠나고 홀로 남은 방>
너무나 쓸쓸하여
추락하지 않고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실제로 죽는 순간은 쓸쓸하지 않을 것 같다.
쓸쓸한 사람은 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외롭지 않다.
나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나는 아프지 않고
나는 불행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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