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을씨년스러운 출근길

misfortune4 2020. 11. 19. 07:47

새벽 언제나 울리는 알람 5시보다도 나를 먼저 깨우는 고양이들. 알람이 울리기전 무슨 징조라도 느끼는 것일까. 
오늘은 사실 새벽부터 몇번을 깼다. 비오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양이들 답답할까 살짝 열어놓았던 창문틈새로 들리고 느껴졌다. 밤새 바람은 얼마나 세던지 그 몇미리 안되는 틈으로도 자는 내내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래서 그런지 일어나서는 한동안 콧물이 나고 정신이 멍했다. 내가 잠든 것이긴 한가 꿈에서 엄마가 게임중독자로 나와 나에게 게임머니를 갖다 바치라고 한 것은 맞나. 그런데 나는 정작 통신비용이 연체되어 그게 안되고있었고, 엄마에게 갖은 거짓말을 둘러대고 있던 처지는 맞나. 

야옹이들이 냥냥대며 침대위를 휘젖고 올라와 잠이 덜깬 나에게 다음 스케줄-낚시놀이를 한 후 밥먹는거-을 알린다. 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걸 한다. 다만 많이 힘이 없다. 어젯밤 도착한 장난감 리필을 뜯는다. 아이들은 기가막히게 알고 꺄꺄꺄 한다. 아이들이 점프를 한다. 문다. 단비는 이게 진짜가 아니라 가지고 노는것이란걸 아이들 앞에서 시범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막내 단밤이는 이걸 문채 놓지 않고 진짜로 씹어먹는다. 나는 앵앵대는 단밤이의 입을 벌려 강제로 해체된 장난감을 꺼낸다. 늘 이반복이라 단밤이가 장난감을 물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왜 단밤이는 학습능력이 떨어질까? 니니는 단비가 엄마인줄 알기때문에 맨날 따라하구 다 배워서 올매나 이쁜지모른다. 
내 샤워를 하고 아이들 밥주고. 설겆이하고. 
눈망울들과 12시간짜리 이별을 한다. 쿨하게 해야 덜 힘들다. 
집을 나오니 비바람이 분다. 공사장 인부들이 내가 제일 처음보는 인간들이다. 조금더 걷다보니 뒤에서 알수없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비오는날 하이톤의 여자들 목소리. 매우 불쾌하다. 뒤를 슬쩍보니 우산 하나를 나눠쓴 두 여자다. 밤새 술을 먹은 여자들인지, 혹은 외국인 노동자인지. 알수없는 단어들을 내뱉는다. 
힘들게 출근하는 나로선 저 여자들이 외국인 노동자 여자이길 바래본다. 노동하러가는 길의 수다를 욕할순없다. 하지만 역시 비오는날 매우 거슬리는 소리다. 차리리 내뒤에 들리는 남자 구두 발자국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평소같으면 가장 듣기 두려웠던 남자구두소리가 비오는날 떠들어대는 여자 두명의 끔찍한 목소리때문에 나에게 편안한 소리가 되었다. 

정말 싫어하는게 생기면 이상한게 용서되기도 한다. 

간사하다 사람이란게 살아나간다는게 진짜 이기적인 것들의 총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