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성탄절 아침

misfortune4 2020. 12. 25. 07:53

어젠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엔 일찍 퇴근해 케잌을 사고, 집에 와 야옹이들 놀아주고 밥을 주고

나도 밥을 먹고 

 

아이들 안약, 귀청소, 마사지, 털빗기, 이빨닦기, 크리스마스 선물 털실케이프 채워서 사진찍고 놀기 등을 밤새 했다.

 

성탄절 새벽부터 잠이 깨었다. 단비가 물어서 깨운 탓이다.

사실 먼저 깨있기도 했다.

오빠를 만난 후로 오빠에게 처음으로 아무 메세지도 보낼 수 없었던 성탄절 새벽이다.

아직도 사랑하는지 이젠 잘 모르겠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의 오빠는 기억이 난다

 

'오빠 동형이 오빠 메리크리스마스에여' 속삭여보다 눈물을 흘렸다. 단밤이가 베겟잎에 적셔진 눈물을 다가와 핥는다.

짠맛이 나는 가 보다. 내 뺨에 흐르는 눈물도 핥는다. 배가 고픈가 보다.

 

일어나 꺅꺅대는 아이들 사냥놀이를 실컷은 아니고 대충 그러나 열심히 하는척 해주고

밥을 준다. 오늘은 성탄 특식이다. 그래봤자 위스카스 파우츠에 참치에 게살을 섞어 데워 비벼주는 것이지만 

얌얌얌얌 잘도 먹는다. 귀여운 것들.

 

나는 아침밥으로 이젠 돈이 없어 맥주를 먹는다. 그것도 마트가면 파는 1.6리터 필라이트 2900원에 스낵까지 덤으로 파는 것들을 잔뜩 사놓았다. 정말 오래먹을 수 있고 돈없어도 끄떡없이 살 수 있는 맥주이다. (필라이트 사랑해)

 

입이 심심해 예전에 1+1으로 사놓은 다크초콜릿을 안주삼아 먹다가 3주전쯤에 사놓은 영국체다치즈 조가리들이 널부러다녀 먹어치웠다. 아침으로 꽤 괜찮았다.

 

엄마집에 가서 아빠의 예배를 드려야하니, 커피를 바로 먹어준다.

 

아빠의 예배. 여기저기 아프고 나이들고 하니 불안한지 혼자서 열심히 교회를 다니는 지금은 코로나땜에 동영상 예배를 열심히 보는 아빠. 사람이 나이드니 종교를 의지하기도 하는구나. 

 

집가면 내가 사온 케잌을 먹고 예배를 드리고 밥을 먹고 티비조선을 보다가 여자농구를 보다가 집에 오겠지.

 

나는 오늘 아침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졌다. 고양이들에게 모두 한마리씩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오빠가 말했다 '사랑하는 시원아'라고.

 

그땐 내가 사랑스러웠었을 때는, 아주 잠시였겠지만, 나는 그때 정말 행복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끔찍한 사람으로 오빠에게 기억되어 있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한다.

그러면 모든 걸 멈추게 된다.

 

그것이 내가 고안한 방법이다...

 

성탄절이 지나고, 내 생일도 지나고, 연말도 지나고, 추위도 지나가기를... 그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