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로 알았더라면> 중
내가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줄 사람
내가 읽어 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 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등을 문질러 주고 얼굴에 입맞춰 줄 사람
잘 자라는 인사와 잘 잤느냐는 인사를 나눌 사람
아침에 내 꿈에 대해 묻고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해 줄 사람
내 이마를 만지고 내 다리를 휘감아 줄 사람
편안한 잠 끝에 나를 깨워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
-자디아 에쿤다요 (32세, 수혈 중 에이즈 감염)
동물
나는 모습을 바꾸어 동물들과 함께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온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
나는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땀흘려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환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밤 늦도록 잠 못 이루지도 않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의무 따위를 토론하느라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족해 하는 자도 없고, 소유욕에 눈이 먼 자도 없다.
다른 자에게, 또는 수천년 전에 살았던 동료에게 무릎 꿇는 자도 없으며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는 자도 없다.
-월트 휘트먼 (1855년작)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만일 단지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이 생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을 찾아보리라.
그리고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확실히 말하리라.
덜 후회하고 더 행동하리라.
또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두 불러 봐야지.
아, 나는 춤을 추리라.
나는 밤새도록 춤을 추리라.
하늘을 많이 바라보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리라.
밤에는 달과 별을 많이 쳐다보리라.
그 다음에는
옷, 책, 물건, 내가 가진 사소한 모든 것들에 작별을 해야겠지.
그리고 나는 삶에 커다란 선물을 준 대자연에게 감사하리라.
그의 품속에 잠들며.
-작자 미상(미대생)
존 포엘 신부 제공
술통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셀지도 몰라.
-모리야 센얀(일본 선승, 7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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