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단약

misfortune4 2021. 1. 11. 15:11

고통스럽다. 어지럽고 울렁대고 숨이 막혀서 마스크를 쓰고 걷는게 너무 힘들다.

 

다시 병원을 예약했다. 

 

고양이들은 남들에게 맡기고 죽으면 어떨까를 새해벽두부터 생각할정도로 어지러움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누군가 나를 한번만 안아주면 좋겠다고 느낄만큼 길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는게 고통스러웠다. 

 

주말에 너무 힘들어 집에서 술만 마셨다.

더 악순환이었으나 달리 할일이 없었다. 

울렁거려서 책도못읽고 영상도 못보고 음악듣고 술먹고 자는일만 해서 폐인이 된 기분이었다. 

 

너무 울적해 죽고싶은 마음을 덜어보려 티비를 겨우 트니 오 삼광빌라가 하고 있었다.

황나로가 난생 처음 정규직이 되어 축하를 받는데, 이런 축하를 처음 받아본다고 하는 장면이 나왔다.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그는 집을 떠나기 전 순정에게 안긴다.

계속 울게 되었다. 그 악한 인생이 가여웠지만 나는 그 캐릭터에 이미 나를 대입시켜 보는 중이었던 것 같다. 

 

울다가 잠이 들었다.

집에 도둑이 들어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다.

천신만고끝에 단비만 겨우 찾았다.

 

꿈에서 내내 폐인이 되어 아이들을 찾아다니면서 울고 하소연하고... 이 추위에도 땀을 흘리며 겨우 꿈에서 깨었다.

아이들이 옆에서 자며 하품을 쩍쩍하고 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갑자기 니니가 우에엥에엥 하더니 가서 똥을 싼다. 똥냄새가 향긋한 것은 처음이었다.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엄마가 너무 형편없는 사람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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