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나의 이상한 약과 고양이들

misfortune4 2021. 1. 31. 05:51

그 약 두개를 추가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너무 크다.

월요일까지 그 약 두개를 빼고 먹기로 결심해놓고는,

토요일에 엄마아빠를 더 정확히 말하면 아빠를 상대할 자신이 없어

집에서 자겠다고 하고 그 약을 먹은 게 화근이 되었다.

정신을 도무지 차릴수가 없고, 무얼 막 찾아먹고는 자버리는데

일어날 수도 없다.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잠에 지배받는 기분이다.

심지어 매번 배달의 민족 어플을 깔고 짬뽕을 시키다 잠이 든다. 

그것도 일어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늘 결제가 됐는지를 확인한다.)

의사선생님 저는 약에 너무 약하네요.

 

단비가 내가 토요일 내내 쓰러져있는 걸 보고는 토를 하였더니 일어나자 토를 두번이나 했다.

단비의 머리속은 내가 일어나 놀아주는 것에 몰두해있으니까.

아니면 정말 내가 죽어버린 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을까.

내 코밑에 자기 코를 대고 킁킁하기는 했었으니까.

 

너무 많은 잠을 자서인지 정말 많은 꿈을 꾸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 두가지 약을 먹기 전엔 악몽을 꾸었다면

이 두가지약은 사람을 기절시키고 기억을 못하게 하는 대신 좋은 꿈을 꾸게 하였다.

오빠와 김어준이 나온다. 

이약을 먹고 정신이 나간 월요일과 토요일 두번 다 다른 스토리의 꿈이었는데

둘다 오빠와 김어준이 나왔다.

내가 세상에서 좋아하는 두명의 남자사람이다. 아니 그냥 사람일수도...

그래 맞다. 내가 좋아해본 사람 두명이다. 나는 진정으로 여자를 좋아해본 적이 있나.

요조랑 박연준시인이랑 또 누가 있더라. 이효정이란 친구랑, 그리고선 잘 모르겠다. 

 

여하튼 술자리에서 오빠에게 내가 월요일에 꾼 오빠꿈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꿈인줄 몰랐다.

그 술자리에 정치인도 오고 김어준도 와서 재밌게 놀았다. 아니 사실 그는 꽤 심각해 보였는데

딴지마켓에서 파는 참치캔을 가져와 먹길래 내가 달라구 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술자리 여자들과도 친해져서 키스하고 놀았다. 미쳤다.

여튼 오랫만에 오빠차도 타고 너무너무 그간 서로 못한 이야기 보따리도 푸느라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단비가 또 꿀렁꿀렁 거리다 토를 해서 나를 깨워 나는 이토록 달콤한 꿈에서 깰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진짜인줄 알았는데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도 잠시 토를 치우고 똥간을 치우고 또 고양이들을 관찰하면서 점차 현실로 돌아왔다.

 

고양이의 물리학에 대해 논문을 쓸수도 있겠다 싶다.

고양이들은 공간을 들어가는걸 좋아한다. 그리고 나오면 그곳을 정복한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고양이는 물건을 일단 밀고 떨어뜨려본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걸 즐긴다

이것은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살아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죽어있다면 어떤 식으로 생겼는가를 끊임없이 굴리며 관찰한다. 물론 살아있는 것에 훨씬 더 관심을 보이지만 말이다. 

 

내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기어가 노트북을 키고 글을 쓰자 아이들이 노트북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만 낚시놀이를 하고 밥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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