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화요일 일기.

misfortune4 2021. 11. 23. 17:58

오래다닌 병원과 약을 바꾸었다.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다시 프리스틱으로 돌아갈수없다.

좋은점이 많은 약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너무 의존성이 생겼고, 약효도 더이상 없었다. 

 

사무실직원들은 5시에 집에 가니까 늘 이시간은 나 혼자있는다

어디선가 라면냄새가 난다

위에서 먹나보다

청소 아주머니들 탕비실이 위에 있다

허기가 느껴진다 그전까진 전혀 허기가 없었다

 

자꾸 뭔가 먹고 싶다

외롭고 공허하다

하지만 근래 다시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들으면서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종의 기원과 유한계급론을 빌렸다. 

하루에 한챕터라도 읽고 독후감을 쓰기로 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 조금 설레었다. 

이런 식의 일은 거의 몇년만에 처음 있는거같다.

 

자꾸 새벽에 깨서 뭔가를 먹는다

약 부작용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의욕이 생겼다는 것

나는 잘 해낼수있을까

 

다시 나쁜짓을 하지 않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고양이들을 외롭게 하지 않고

남을 경멸하지 않고

허세부리지 않고

 

뭐든 과하게 하지 말고

뭐든 너무 부족하게 나를 괴롭히지도 말고

살수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얻은건 아직 책뿐이다.

책을 읽는 만족감은 

무엇과도 바꿀수없다

 

배고픔은 너무 괴로운 일이다

책을 읽다 배가 고플까봐 두렵다

배가 고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난한 것이 티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혼자 있을 때 무언가를 먹어서 배를 채워야한다는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아예 굶거나 배가 터질때까지 우겨넣고는 토해버린다

한동안 식이장애가 없었는데

다시 생겼다

약을 바꾸고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어쩔수없이 감당해야할 일이다

약을 바꾸고 나아진 것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럽게 사라져갈것이다

 

나를 나를 믿어보고 싶다

대형마트도 가지 않을것이다

초밥이 너무 먹고 싶어 잔액을 확인하고 가방에 슬쩍넣는 그런 일이

나를 얼마나 괴롭게 하는지 뼈져리게 느꼈다

 

고양이들의 눈을 똑바로 볼수가 없다는 것이

일단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것이 맛이 있었겠는가

정말 최악이었다

 

내가 먹고 싶은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나는 나의 욕구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욕구를 이해하고 싶다

나에겐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좋은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맛있는 와인을, 보졸레누보를, 따서 이것의 향과 맛의 아름다움에 대해 함께 느끼고픈 욕구가 있다

나에겐 사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회사 사람들은 모두 좋은 편이지만, 그들은 모두 집에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다.

나를 친구삼을 정도로 한가한 사람들이 못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대만사는 미령이도, 영화친구 숙현이도, 게이친구 종민이도, 

모두 떠나갔다. 

 

참 그러고보니 다음주엔 약속이 하나 있다. 

전에 마사지를 받다 알게된 언니인데,

고양이를 좋아한다면서 친해졌다.

내가 지금 사는 김포집에 처음 놀러온 언니이기도 하다.

이사진을 찍어준 사람.

누구인지 잘 모른다. 

친하게 다가온 것에 목적이 있진 않겠지

착하고 예쁜 미소를 가졌다.

 

약속을 잡으면서 잠깐 설레었다. 

무슨옷을 입고 가지? 

어느 까페를 가지?

내가 이런 생각을 실로 몇년만에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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