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포도주

misfortune4 2021. 11. 27. 06:34

돈이 없고
와인은 고팠고
세븐일레븐에서 만원대의 프랑스 쇼비뇽블랑을 샀다
뉴질랜드의 쇼블보다 저렴한 프랑스 와인은 정말 많다
그들은 그것이 그냥 삶에 곁들이는 것이니까

새벽 3시의 일이다
 
밤을 샌 다음날도 3시간 잤고
오늘은 그 다음날인데도 3시간 잤다
12에서 3시
이제 내 기상시간은 3시간이 되었다
더이상 술로 잠이 들지 않는다

와인은 저렴해도 먹을만한 유일한 음식이다
포도는 다 어느정도는 맛있다
포도는 기본은 한다
포도는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오래된 음료를 만든 재료이고
기원전부터 사람들은 포도주로 식사를, 잔치를, 예식을, 기쁨을, 슬픔을, 아픈상처를 다루었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인간에게 유익을 주었다
물이 귀할때 음료로, 상처났을때 치료제로, 오한에 따뜻함을, 불결함에 정결함을, 

(예수님은 포도주가 내 피라고 했지만 교회에서 성찬식에는 마트의 싸구려 포도주스를 준다는건 안비밀)

(나도 가나의 혼인잔치에 초대받고 싶다)

포도는 품종 하나만 재대로 다룬다면 뭐든 기본은 한다
진판델 리슬링 모스카토만 아니면
나는 뭐든지 먹을 수 있다
그것은 나의 기분을 조금은 나아지게 하는 유일한 물질이다

 
조원선의 라이브목소리
이센스의 라이브목소리
오혁의 라이브목소리
챗베이커의 라이브목소리
니나시몬의 앨범속목소리
단비의 귀여운목소리
니니의 귀여운털냄새
먼로의 옥색눈동자
단밤이의 배뒤집는모습

이 모든것을 느끼며 괜찮아지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포도주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직장을 다니면서 살때 처음 이마트에서 호기심에 사먹은 와인이
나를 이 길로 인도하였다
20대 중반의 일이었다

이래 저래 20년이 흘렀다
그때 함께 지냈던 사람들은
어제 내가 목록을 한 책의 해제를 쓰기도 했다

잘 지내십니까

30년 외길을 걸은 한 와인 전문가가 말한다
내가 아직 질리지 않은걸 보면 이정도면 괜찮은 연애상대가 아닐까요?라고

와인때문에 꽤 오래 고생했고, 지금도 가끔 그러지만

나는 이것이 없이는 삶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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