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편의점 인간

misfortune4 2022. 2. 2. 17:58

편의점 인간이라는 2016년에 발간된 일본소설을 읽었다.

정상과 결여

정상의 폭력과 결여의 위험함, 또 그것의 만날 수 없음. 

정상의 기준에 발맞추려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폭력과

무언가 심각하게 결여된 인간들이 사회에서 발맞추려는데서 빚어지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결여된 자들이다.

그것이 어떤 생각으로 이르게 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쏘시오패스에 가까운 공감능력이 결여된 한 여자아이가

착한 엄마와 평범한 아빠, 또 정상적인 동생으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서 

어찌어찌 살아남는다.

여자는 자신이 이상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가족들이 자신때문에 곤란해하고, 사과하고, 힘들어하는 걸 보고

자신을 드러내고 행동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여자에게는 소속감이 중요해보인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여자는 행동을 하지 않는 법을 습득한다.

그것이 이 사회에 가족에 소속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텅빈 건물에 입주예정중인 편의점 현장을 목격한다.

거기서부터 여자는 환상에 빠진다.

저 공간을 채워지는 수많은 물품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울리는 소리들

여자는 마치 자신의 인생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수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오른다.

 

소설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무대로 삼고 있지만

이것은 그저 사회 직장 조직같은 것과 다를바없다

사람이 처음 일하게 되는 일터에서 갖는 느낌은 

누구에게나 각인된다

매뉴얼이 짜있고, 그것대로 내가 기능했을 때, 쓸모있는 인간이 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인간이 되고, 사회에서 뭔가 하나로서 기능하는 느낌

그 찰나의 기쁨과 보람.

여자는 그곳에서 18년을 일했을 뿐이다 자신을 다시 살게 해준 그것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곳이 편의점이고 근무형태가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했을까?

 

하지만 사람들은 삼십대 중반의 여자가 결혼도 직장도 없이

한 가게에서 18년을 일한다는 것을 모두 걱정스러워한다.

 

그녀처럼 무언가 중요한게 결여된 인간이면서, 소속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못하는

백수건달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불성실한 근태로 편의점에서도 해고당한다.

그남자에게 필요한 건 편의점이 아니다

힘세고 멋진 남자들이 차지하기 마련인 멋지고 예쁜 여자가 그의 목표이다

매번 스토킹을 실패하고

집세도 없어 쫒겨난 처지의 남자는

이 모든 걸 사회의 탓으로 돌린다.

 

여자는 그 부적응자 남자의 논리에 말려, 그를 돕는 지경에 이르른다.

 

여자는 그 남자를 동정했던 걸까.

여튼 여자는 그 남자가 저쪽 세상 사람이라는 걸 안다.

자신이 닮아가고, 또 닮고 싶어하는 종류의 사람들이 되기 위해

그 남자를 사용하기로 한다.

우리끼리 같이 있으면 사람들이 우리를 정상을 봐줄까.

사람들은 그들의 동거에 관심을 보인다.

드디어 너희가 사람구실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축하해한다.

왜 그랬을까?

왜 내 자궁의 일을 너희들이 상상하고 기뻐할까

왜 내 자궁은 나의 것이 아닐까.

발기가 되지 않는 남자와 필요에 의해 한집에 사는 일이

이토록 그들은 안심시킬 일일까.

이쪽세계에 들어선 축하.

 

여자는 편의점을 그만두고 정직원이 되기 위해 취업준비를 하면서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왜 일어나야 하는지

왜 먹어야 하는지

왜 씻어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여자는 18년간 일한 첫직장을 그만두고

깊은 수렁에 빠진다.

 

여자가 면접을 보러 들린 편의점에서

다시 환상을 본다.

모든 것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란 환상.

그리고 그대로 이루어지는 세계.

 

인생의 목적을 편의점에서 찾아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기능하게된 

문제적인 여자의 삶을 다룬 이야기다.

남들처럼 살아야하나 고민하다 더 큰 악수를 두었던 여자는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 결말은 안심되면서도 불안하고 어두웠다.

 

낯선 편의점에서 점원이라도 된 것처럼 환상을 보는 장면은

서글프기도 했다.

 

사회는 결여된 인간들을 포함하고 있고

좀 덜 결여되고 정상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인간들의 세계는

그들에게 조금더 선을 긋고자 끊임없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스스로의 세계를

보다더 정상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한다.

가족은 가족이 없는 자들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전한다.

정상은 유전적인 비정상, 후천적인 비정상들로 인해 유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비가족, 비정상 등 결여된 인간들도

사회를 구성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이쪽 사람들은 저쪽사람들로 인해 골치가 아프고

그들이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걱정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쪽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우리는 경계를 긋지 않는 일을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결여된 사람들도 자기들끼리 선을 그어 서로를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욕하며

정상인들의 선긋는 행위를 흉내낸다.

 

이 소설의 여자는 모두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욕하는 그 남자를

평범한 사람으로 대한다.

그리고 그의 하찮고 가짢은 논리의 말을 들어준다.

늦은밤 그를 씻기고 재워준다.

 

여자는 유전적으로 결핍이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세계에 선을 긋는 사람이 아니고

사회에 간절히 속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이 속했다고해서, 속하지 못한 이를 멸시하는 자도 아니다

 

.

.

.

 

 

 

'그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Nadia Reid - Get The Devil Out  (0) 2022.03.08
새벽  (0) 2022.02.11
칼부림 당하는 꿈, 그리고 나의 과거  (0) 2022.01.30
옷을 나르는 꿈  (0) 2022.01.26
또, 똑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진다면  (0) 202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