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새벽

misfortune4 2022. 2. 11. 05:20
월급이 박봉의 박봉이지만 들어왔구
오래 버텨온 머리를 했다
오랫만에 휴가를 내고 20년간 머리한 대치동 미용실에
갔다
언제나 그랬듯 나폴레옹 제과점도 들렸다
고양이들 사료랑 캣그라스 장난감 등도 주문했다
월세도 내고 관리비도 내고 빚고 갚고
당근에 찜해놓은 만원대 옷도 몇개 거래했다
작지만 행복했다
집에와 일찍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에 꿈속에서 들린 멜로디에 깼다
어떤 너무 슬픈 멜로디였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오른쪽 옆에 막내 단밤이가 새근새근 자고 있고 옆엔 먼로가 널브러져 새근새근
왼쪽 메트리스 아래 두개의 작은 베드엔
단비와 니니가 잔다
순간 나는 아이들의 숨소리와 털에서 나오는 냄새와 온기를 맡는다
오빠 뺨을 부비며 그의 냄새를 확인하던
오랜 습관일까
나는 안심이 된다
거지같이 살아도
어떻게든 버티는 직장에선
최저라도 돈이 나오고
필요한 것들을 사고 나면
최저생활비만 남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숨쉬고 함께 잘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고 싶었지만 죽지 못했고
나는 용기가 없었고
작은 위안들이나마 찾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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