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평온하고 싶다

misfortune4 2022. 7. 14. 10:38

평온할 수 있었으면

가난한 집 밖의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내면을 가난하지 않게 만들고자 했으면

텅빈 냉장고

텅빈 생필품장

텅빈 사료통

다마신 와인병

언젠가부터 나는

이런것들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나는 본래 좀더 본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서서히 변질되고 있다

그것이 나의 그나마 남아있던 평온한 기질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싼거에 집착하는 것도 결국 물건에 집착하는 거다

 

하나를 사도 질 좋은 거

그 만족감으로 몇주도 버티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저렴한거 많이들여놓는 거로 만족하려는 게 있다

그거 진정한 만족이 아닌데 그저 불안을 잠재우려는 행위일 뿐인데

 

 

나이가 들면 돈이 좀 있어야하는구나 하고도 느낀다

 

많은 것이 안정적으로 구비되면

나는 지금보다는 집착이 덜 해질까?

 

잘 모르겠다

 

물질에 대한 집착을 하지 않는 길은

여유가 있어지는 길 뿐일까?

 

잘 모르겠다

 

좋은 샴페인이 가득 있으면

나는 매일같이 와인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며

만원짜리 와인을 사모으지 않아도 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면을 더 돌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빌려놓고 

한 챕터나 읽으면 다행인 생활은

이제 그만두어야하지 않을까

끈기있게 다 읽어내려고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작가의 생각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는 실망할까봐

좋은 부분만 골라읽고는 덮어버리는

것도 그만두어야하지 않을까

 

내가 뭘 회복해야하는지부터

서서히 생각해야겠다

어렴풋이나마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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