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토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배란은 언제끝나나

misfortune4 2022. 7. 17. 16:46

지난 토요일 밤

불을 켠채 아이들 놀아주고 저녁식사를 주고 야구 올스타전을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곧 생리를 하게됨을 아는 배란기 증후군 시기엔

언제나 예민해지고 사람냄새만 맡아도 집에 와서 토를 하고 그래서 손수건에 늘 라벤더 오일을 뭍히고, 마스크에 묻혀가며 버티고,

음식을 먹자마자 바로 화장실에서 토를 하고

잠이 많아지고

눈물이 많아지고

남자도 그리워진다

꿈에서 막 아무 남자나 만나서 집에 들여 자는 꿈을 꾸었다

어린 남자애들에게 집단으로 강간당하는 꿈도 꾸었다

경찰에 신고해놓고, 즐기고 상상했다.

꿈에서의 나는 정말 한심했다.

일어나니 고양이 4마리가 눈꼽이 낀채로 냥냥대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꿈을 오래 꾼건지, 꿈에서 가위를 눌릴 때 하지마 내몸에 손대지마 하면서 소리를 질렀으나 

나오지 않는 소리로 인해 

도망치려고 했으나 떨어지지 않는 발때문에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나에게 불쾌한 냄새가 났지만 고양이들에게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손과 발의 젤리에도 땀으로 인한 꼬순내=팝콘냄새 가 났다.

나는 인간인것이 추하고 부끄러웠다.

와인을 들이붓고는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먹자마자 손가락도 넣지 않았는데 음식이 그대로 나왔다.

내일이나 모레쯤 생리를 하겠구나, 내 몸의 증세나 내 꿈의 한심한 상태로 알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오니 아이들이 그나마 내 포옹을 참아주었다.

고양이의 배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긴 털로 보호하고 있는 배 안쪽의 장기들.. 그 속에 얼굴을 파묻으면 행복이 따로 없다

골골골 소리 심장소리 찌찌 보드라운 털 모두 느낄수있을뿐 아니라 너무 따스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그곳은 거의 천국과도 같다.

하지만 그건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곧, 손으로 밀어내고 도망가기 때문에.

나는 4마리나 있으니까, 도망가면 다음타자, 다음타자 하는 식으로 몇분은 천국을 누릴수가 있다. 하하하.

 

토를 하면서도 식욕은 왕성한 배란기는 그냥 줄줄새는 시기이다. 1-2주가 지속되고. 이때 나는 월급의 절반정도를 쓰는 듯 하다.

마트를 가서 먹고 싶은 자두를 샀고, 쫄면도 사고, 순두부밀키트도 샀다.

정말 맛있게 먹고 또 줄줄 새었다.

조금 울었다.

마트를 가는 길엔 음식점이 많다.

삼삼오오 어울려 휴일의 식사를 즐긴다.

엄마아빠 사이엔 애기들이 딸려있다.

정자 난자의 결합체거나 예비된 정자 난자들.

남녀가 아닌 것들이 없다 신도시는 유독 결합을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신혼부부들도 많고 젊은이들도 많고, 노인네들도 있는데, 이상할정도로 남녀가 붙어다닌다.

남남 녀녀는 본적이 드물다

우리나라는 혼자다니는 사람이 정말 없는 것 같다

혼밥은 대세인데

거리는 온통 쌍쌍이다

이상한 일이다

 

나의 해방일지가 끝나고 클리닝업 이라는 드라마가 한다

해방일지로부터 해어나오지 못하면서도 보게 되었다

이 작가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염정아가 맡은 용미라는 인물, 용역청소노동자.

그리고 이영신이라는 인물, 금잔디, 윤태경, 송호창으로 이루어진 주식사기단

그리고 용미의 파트너 청소용역자 인경과 수자.

용미의 사랑스러운 두 딸 연아와 시아.

그녀를 버리고 부잣집 젊은 여자와 새살림을 차린 전남편.

용미와 도박중독모임에서 만난 사채업자 동주

모두 재밌는 캐릭터들이다.

악한 인물들도 모두 인간적이고 나약하고 짠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다 있다.

그냥 아무이유없이 사악하고

아무이유없이 착하고

아무이유없이 죽이고

아무이유없이 도와주고

그런 사람들은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하나 살면 그만인 세상에서도 옆을 볼줄 아는 사람들

사람 귀한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느낌이랄까

서로 필요에 의한 관계에서도 

작은 정들이 피고

깨어지고 멀어질 관계에서도

어떻게든 끈을 이어가고 돕고 애쓰는 과정들이 애처로왔다.

염정아가 참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환경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그녀가

꼭 과거의 나처럼도 느껴졌다

다 쓰러져가는 욕실에서도 욕조에 거품을 채워 둘째딸 시아를 목욕시켜주던 모습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는 생활에서도 살림살이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

아이들을 위해 깨끗하게 포기하기도 하는 모습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아니 관계를 지키기 위해 사무실에서 먹고자면서도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모습

그런 그녀에게 이유없이 끌리는 영신이란 캐릭터도 매력있다

어느정도 나쁜일을 했지만 완전히 나쁜인간도 아닌 그런 사람

아주 가난했었지만, 지금은 부자인듯한데도, 마음이 그렇지 않은 것같은 사람

능글능글하고 웃기고 애기같은 윤태경

아이도 뺏기고 욕심만 남았지만 의외로 순진한 구석도 있는 금잔디

아버지한테 맞는게 일상이었다가 조폭이 된 송호창

그들이 벌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어디서도 못본 이야기이고 전개이다

요즘 거의 유일하게 자연스럽고 즐거운 건

이 드라마의 전개와 인물들 뿐이다.

주변에선 자꾸 우영우를 보라는데, 한회이상 못보겠다.

변호사 의사 얘기는 일단 싫고

거기다 자폐를 갖다붙이면 뭐 뻔한거 아닌가?

그리고 저게 연기를 잘하는건가?

귀엽고 예쁘고 똑똑한데 자폐만 살짝 얹은 정도?

진짜 자폐연기는 전도연나왔던 그 굿와이프에서 유재명이 최고지 않았나 싶다.

 

클리닝업이 진부하지 않게 끝났으면 좋겠다.

뭐 희망 절망 사랑 배신 그런거 없이

삶의 어떤 단면 약하고 자연스럽고 날아가는 거

강조점도 없고 눈물도 없는거 

그럼에도 따뜻한 그런거

인간이라면 ... 그런거...

그런게 한구석이라도 남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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