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저는 가끔 죽고 싶어요
너무 힘들고 지치는 그런 날에요
오빠처럼 편하고 따뜻했던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옭아매어요
오빤 그랬죠
나보다 더 좋은 사람도 얼마든지 많다고
그런 사람 만나라고
나를 만나줄수있는 사람은
많이 없어요
저는 관계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죠
관계지향적으로 살지도 못했고
집착하거나 경멸해버렸죠
언제까지 부모와의 애착관계 실패에서 원인을 찾을건진 모르겠어요
불안정애착으로 자기부정, 타인부정으로 결과가 나왔고
내가 그린 그림의 사람에게는 모두 팔이 없었대요
관계의 단절을 뜻한대요
내가 그린 나무에도 굻은 밑둥만 있었고 가지가 거의 없었어요
내가 왜 그렇게 그렸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나는 내 무의식이 무서워요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
집중적으로 치료해야하는 상태라는데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이 다행이지만 걱정된다고 합니다
근래 많이 안좋아져서 자해를 했어요
이제 안하려고요 손목이 너무 따갑고 아파요 그리고 곧 반팔을 입는
여름이 와요
오빠 무등타고 바다에 들어가고
같이 수영했던 때가 생각나요
다시는 죽기전에 그런행복은 누릴수없다는 걸
그땐 몰랐던 것 같아요
아마 그래서 행복했나봐요
편하게 기대고 편하게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사람을 이렇게 피폐하게 할줄은 몰랐던것같아요
나는 나를 가만히두지 못해요
그래서 소진하거나 다치게 해요
그런데 오늘은 그 마저도 못하겠네요
나에게 그렇게 할 에너지가 고갈된 오늘같은 날이면
직장에서의 정상적이고 밝은 사람 연기도
위태롭게 흔들려요
그럴땐 그저 애써 미소지으며 입을 닫는게 최선이죠
오빠가 날 만날때가 50대였으니
그리고 가족에게서 큰 사랑을 받지 못했으니
오빠도 외롭고 힘들었을텐데
나같이 아프고 덜 된 사람을 만나서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되어줄려고 노력했는데
애초에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어요
오빠에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오빠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는데
현실에서 노력하지 못했어요
현실에서 노력했어도 꿈은 이루어질리 없었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만큼 망가지지는 않았을것같아요
직장에서 너무 지치고 힘들어
아무것도 못하고
일만 쌓아둔 채
한동한 못써본 편지를 써보았어요.
술을 안먹어도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편하게 이야기할수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집이 조금만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급여를 조금만 더 받았으면 좋겠어요
고양이들이 지낼 공간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내가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나아지기 위해 살지 못한지 꽤 되었어요
나를 망치는게 편했어요
그럴 때 정신과 몸이 그나마 견뎠으니까요
나는 견디고 싶었는데
이젠 내가 어디까지 견디는지 시험하고 있어요
나는 외로움 고독감 등을 느낄 단계를 지난것같아요
그냥 나는 혼자가 익숙해졌어요
그게 좋지도 않은데 그게 숙명이되면
사람은 타락하는가봐요
나는 혼자살아가는 것이 두려워요
아니 혼자 살아가고싶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게 해야해요
다른 누군가가 고통받고 나도 고통받을꺼에요
나는 관계를 할줄모르니까요
그리고 나는 비밀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걸 숨기면서 행복할수없고
그걸 다 밝히면서 행복할수없고
그런 비밀들이죠
나는 내 짐이 너무 무거워요
그래서 자꾸 내려놓고 싶은데 그러면 죽어야하니까
내려놓고 싶은 마음을 잊기 위해 자해를 해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상담사가 그래도 내가 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어요
내꿈은 마당이있는 집에서 집 대문을 활짝 열고 마음껏 드나들도록 하고 고양이 강아지와 함께 놀며 사는거에요
다락방이 있어서 나만의 공간도 있어야하고요
와인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포도와 딸기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집앞에 바닷가가 있어서 수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게 꿈이에요
다음생에 태어나면 혹시 이렇게 한번은 살게 될까
아마 나는 지은죄가 너무 많아서
그럴수없을것같아요
나에게 좋은게 무언지 알려준사람
이런걸 꿈꾸는게 좋은거라는걸 알려준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