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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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fortune4 2023. 10. 27. 17:44

이사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 집이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기분

하지만 나 혼자 고양이들과 산다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그렇게 되었다

많이 힘들었다

몸이 너무 아팠고 다 토하고 고양이들도 그랬다

우리 모두 새집으로 이사할 준비가 덜된걸까

모두병원신세를 졌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

그랬더니 또 일이 빡친다

정규직이란 사람들은 왜 일을 이따위로 할까

그돈받고 이따위로 일하면 잠이나 올까

(아주잘자겠지)

 

나는 너무 힘들다 그들의 등쌀이 나를 괴롭게 한다

 

하지만 8년간 더 지옥같은 일도 버텼는데

여기서 무너질 순 없다

또 해내야한다는 게 무섭고 같은 힘든 지점이 늘 건들여질 뿐이다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돈이나 좀 많아서

사고싶은거나 잔뜩 샀으면 좋겠다

어디에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나

그저 오늘도 싸구려 맥주나 먹어야하는 인생이다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다

 

마음껏 와인먹으면서 스트레스 안받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쉬고 싶다

주말에도 일해야하는 내 신세

아직도 쉬지 못하는 내 신세가 서글프다

아직도 최저시급 받는 내가 한심하고 불쌍하다

 

어디에서도 만족감없이

어디에서도 힘들면서

어디에서도 벗어날길이 없는

부자유의 삶이 서글프다

 

내가 그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을만큼 무기력하게 살았기 때문이고

성공하고는 상관없는 것에 늘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고

밑빠진 독처럼 늘 사랑에 굶주렸기 때문에 

사람들을 괴롭혔고 나는 외로워졌다

 

텅비고 좁은 구조의 아파트에 나와 고양이 4마리만 뺑글뺑글 돌고 있다

작았어도 직사광선이 들어오던 오피스텔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거리가 가까와져서 출퇴근 스트레스가 없어져서 그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9호선을 타다가 7호선을 타니 모두가 천사같다

 

그래 내게도 감사할일이 있구나

 

감사하다

 

고양이 4마리가 모두 밥먹고 똥싸고 잠자고 일어나서 감사하다

아이들이 사료먹는소리 까득까득

너무 행복하다

내새끼 입에 들어가는건 다 행복하다

 

우리엄만 나를 수십년간 때리면서 더 불행해졌다

자식을 사랑하지 못하면 스스로가 더 불행해지겠지

자식인생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그래도 자식은 언젠가 부모가 나를 안아주겠지하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에....

 

 

고양이들에게는 내가 전부이다

늘 잊지 말아야 한다

 

단비 먼로 니니 단밤아 고마워 사랑해

오빠 그시절의 오빠가 그립다

보고싶어 뺨 어깨 냄새 얼굴

그 시절의 나도 참 예뻤는데

지금은 늙은 아줌마가 되었어

 

아직도 힘들 땐 오빠를 떠올린다

무의식적으로 오빠 나좀 살려줘 도와줘 라고 말한다.

힘들때는 오빠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단 한명이라도 나는 감사하다

어짜피 결혼하지 않는 이상 사랑하는 사람들은 헤어진다

더 이상 슬프지 않다

오빠를 만났던 시간이 있어서 지금까지 살아냈다

사람은 한번은 사랑받아야 살 수 있어서

청소년기까지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 자살을 택하지만

나도 그랬지만

조금 더 커서 경험할 수도 있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버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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