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살아보지 않은 시간은 과거에 켜켜히 쌓여있다. 편안하다.

misfortune4 2014. 2. 7. 21:22




하루종일, 우울과 무기력함, 작은 분노들에 시달렸는데,
오빠와의 짧은 통화, 함께 지냈다면?에 대한 상상 등으로 이상하리만치 편안해졌다.
내가 알고, 겪고나서, 그 사람을 온 몸으로 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사람과의 짧은 교감으로도, 죽을 것만 같이 버거운 삶이 이상하게 괜찮아짐을 느낀다.
삶은, 교감의 기억이고, 그것의 넓이고 그것의 깊이인듯하다.
그것이 없다면, 삶에눌려 우리는 질식당할 것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 앞에서, 농담을 따먹는 우리들.
여유가 죽음을 삶으로 옮기진 못할지라도,
여유는 죽음을 숙고하게 만들 것이다.
인간이 바벨탑을 쌓고, 바벨탑에서 떨어져 죽으며,
인간이 인간을 치료하고자 병원을 짓고, 그 병원에서 죽는다는 사실을,
인간이 직업을 갖기 위해 힘쓰고, 그 직업의 장에서 죽는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질 때, 누군가는 그 반대로, 그것때문에 살아난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어떤 희생을 담보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다수를 살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나이지만.
어떤 기억, 과거로 돌아가려는 기억 때문에, 오늘을 견딘다. 이상한 일이다. 과거로 돌아간 기억이 현재를 편안히 잠재운다.

일어나지 않았던 과거인데, 그것이 마치 내게 지나간 시간인 듯, 겪어낸 시간인 듯, 내게 위안을 건넨다.

'그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집을 파괴하고 싶다  (0) 2014.02.28
제인에어만이 살아 있다.  (0) 2014.02.27
새해에는, 해를 보며 살겠다.  (0) 2014.01.31
2013년 메모들.  (0) 2013.12.25
오빠에 대한 생각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