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오빠에게 쓰는 후회없는 편지.

misfortune4 2014. 7. 22. 13:39

오빠. 오빠를 너무 많이 사랑해. 내 문제는 오빠를 너무 많이 사랑한다는 것이야.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난 우리의 관계에 있어 아무것도 재보지 않아. 그럴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어.
오빠.
우린 결정적으로, 너무 닮아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
잔뜩 기스가 난 삶을 구원해준 사람에게 충성과 헌신을 평생 다짐한다는 면에서.
강해보이지만, 또 인간에게 약하다는 점에서. 또 절대로 인생에서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 못하는 지점이 너무나 닮아있다는 것까지 우린 그래...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늦게 만났나봐, 지나쳐야 함을 알며면서도 서로를 자꾸 안아줄 수 밖에 없는 인연으로 . 볼수록 더 보고싶어지게 만드는, 동정과, 측은함과. 아픔이 서린 더블의 이미지처럼 만났나봐. 서로 만지면서 서로 아픈 우리.

오빠가 잡고 있는 것과 내가 잡고 있는 것이 한 가지 방향을 향해있구나. 우리는 같은 것을 잡고 있을 수 없기에 누군가는 뒷모습을 보이고, 또 누군가는 그 뒷모습을 보는구나.
사랑의 생로병사. 그리고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전제. 혹은 결말.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지금이 그저 최선이라는 가정밖에는 할 수가 없는. 현재의 우리.
오빠가 잡고 있는 그 사람의 발을 놓지 말기를... 나 또한 오빠의 한쪽 발을 소중히 쥐고 살아갈테니...
혹여나 내가 그 한쪽 발을 놓아준다해도,
오빠가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는 게 마음이 놓인다.

놓여짐을 당하는 사람만 슬프고 힘든게 아니구나, 놓는 사람의 마음도 그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구나.

머리는 이만큼 왔어. 감정도 얼만큼 따라왔나. 그런데, 현실의 행동이라는 것이 나를 두려움으로 몰아넣는구나.

우리, 건강할 때에. 그때서야 서로의 길이 보였으면 좋겠다. 일단 우리 건강해지자.! 병적인 아픔 속에 더는 허덕이지 말자. ...
마음이 고통스럽고 쓸쓸하다. 이 한여름이 마치 가을처럼 스산하게 느껴지는구나.

사랑해 오빠. 오빠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오빠에게 많이 미안해...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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