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회사가 당기는 강력한 힘에 이끌려 질질 나가다 골목의 놀이터를 슬쩍 본다
아이들이 없는 텅빈 이른아침의 놀이터는 평온하기만 하다
저 그네에 앉으면 나는 출근과는 상관없는 힘에 이끌리겠지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덩그런 골목에서
한 방향을 향해 쉴새없이 나아가는 직장인들의 바쁜 마음밭엔
동네의 무엇도 존재할 틈이 없다
동네는 그저 조금이나마 안전하고, 잠을 잘만하고, 너무 비싸지 않은 적당한 세를 내는 곳이면 족하다.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각기 다른 속도와 공기로 그곳을 어슬렁 거릴때도
그들은 우리의 삶과 아무런 접촉도 갖지 못한다 한동네에 있다는 것은 이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각자의 좌표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학교는 늘 오르막길이다
중간중간 계단이 있다
계단은 자꾸만 밟아야 한다
계단은 출근의 강력한 마음을 더 화나게 만들다가도
어느순간 문득
뒤돌아 철퍼덕 앉고 싶게 만든다 특히 나무계단 돌계단은. 깍아만든 울퉁불퉁한 계단들은
산책하는 이를 위해 앉기도 하라며 인간적인 모습을 한 계단은
나를 뒤돌려 앉고싶게 만든다
위를 향한 수직의 힘을 뱅그르르르 돌고 싶게 만드는 계단의 유혹
오늘도 너에게 걸터앉지 못하고
너를 밟아 올랐다
너는 내게 쉼을 제공할 수 있는데
나는 오늘도 그 쉼을 외면한 채
너의 용도를 하나로 길들인 채
나의 방향과 힘을
따랐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출근을 위해 존재하는 것같은 아침의 경직된 풍경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고 길을 비켜야만 하는 거대한 망상의 출근길
세상의 많은 것들이 각자의 성질과 힘과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밟아대며 전진하는 거대한 출근행렬
도시는 이들에 의해 무섭게 길들여져 왔고 길들여져 가고
우리에 의해 소외된 골목은, 나무는, 동네를 떠도는 사람들은, 산책하는 모든 생물들은
이제 거의 희미한 숨을 내쉰 채
여전히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풍경 밖에서
맴돌고 있다
그러나 존재하고 있다 문득문득 그 존재의 힘에 이끌려 나가고 싶다는 충동을 받고
그 옅은 충동이나마 나의 살아가는 방향을 느끼게 할때는
코끝이 찡해지며 슬프다가도 힘없이 웃게 되다가도
또 어느 순간은 강력하게 행복을 향해 돌진하고 싶다가도
이내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무의미해질 시간과 공간에 놓일 내 자신이 두려워져
몸을 추스린다.
사랑하는 풍경과
사랑하는 사람의 품은
동일한 이상향이다.
그곳에 안기고 싶다
나무밑에 묻히고 싶다
그의 품 안에서 죽고 싶다
그가 죽을 떄에도 내 품안에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풍경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곳이 이 지하방 사무실은 아니다
나는 출근하고 싶지 않다
일을 한다면 혼자 일하고 싶다
혼자라면 어떤 풍경안에서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
힘든 풍경안에 여러명이 있다는 것은 정말 숨막히는 일이다.
나는 옆에 아무도 없어야 힘을 낼 수 있다.
옆에 누가 있으면 너무 힘이 빠진다.
그 사람에게 에너지를 써버리기 때문이다.
이 나의 특성이 작동하지 않는 단 한사람을 만났다.
그는 내 말을 믿지 않을것 같다.
에너지를 쓸수록 힘이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왜 그에게만 다른 힘이 발생되는 것일까
그는 아무것도 믿지 않기로 작정하였다.
가슴이 아프고 미어진다.
추스리고, 퇴근을 해야겠다.
퇴근길은 아무도 떠미지 않는구나
다만 내 의지로 집에 가야만 하는구나
무섭고 두렵고 허무한 퇴근길엔
아무도 나를 끌어주지 않는다.
삼삼오오 음식점으로 술집으로 까페로 향하는 걸음들을 뒤로 한채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일은
언제쯤 그만 둘 수 있을까
내 방안의 어떤 것도
나의 발걸음을 이끌지 못하는구나
혁오 23 싸이키델릭 펑키유스뮤직으로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며
어제는 퇴근을 했다
어제는 퇴근을 그런식으로 했다
출근엔 한가지 방식만 있는데
퇴근엔 여러가지 힘을 강구해야 한다.
된장찌게를 끓이고
밥을 짓고
생선을 굽고
밥상을 차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은
저녁이
벌써 밤을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