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야기

기억

misfortune4 2017. 6. 22. 17:51



기억은 사람이나 동물 같은 생활체(生活體)가 경험한 것이 어떤 형태로 간직되었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인(再認)·재구성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경험한 내용이 뇌 속에 등록되어 저장되었다가, 의식 세계로 꺼내져 재생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기억은 저장 기간에 따라 수초 동안만 기억되는 즉각적인 기억(단기기억), 며칠 정도 지속되는 최신기억, 수개월에서 길게는 평생 동안 지속되는 장기기억 등으로 세분된다.


이 가운데 장기기억은 아주 큰 저장 용량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 크기가 무한정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 아무리 많은 기억으로 자신의 뇌를 채운다고 해도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설혹 자신이 쉽게 기억해 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는 장기기억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그 기억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지 못했거나, 또는 기억을 재생해 내는 데 실패했을 뿐이다. 일시적으로 그 기억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어떤 계기나 실마리를 통해 기억해낸다면, 이는 장기기억에 해당한다.


장기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는 크게 해마와 편도를 포함하는 측두엽 내부, 간뇌의 핵, 전뇌의 기저부 등 3개 부위로 알려져 있다. 편도는 감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강한 감정과 관련된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저장하게 된다.


그러나 장기기억도 여러 요인에 따라 쉽게 혹은 어렵게 재생되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잘 기억해낸다고 한다. 서로 관련이 있는 개별 정보를 조직화할 때, 기억할 때와 저장할 때의 상황이 서로 비슷할 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학습할 때 등이다. 2004년 12월에는 미국의 한 연구팀이 일시적인 기억을 영구적인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을 발견하여 발표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기기억 [long term memory, 長期記憶] (두산백과)





오빠는 내 장기기억이야

기억은 왜 따뜻할까

오래되면 식어야 할텐데

식은 것은 왜 따뜻할까

아주 차가웠던 것은 식어서 따뜻하고

아주 뜨거웠던 것도 식어서 따뜻해져

모진 기억이던 좋았던 기억이던

비슷한 온도를 맞춰가는 것일까

아님 혹시 기억이란 메카니즘에서

경험을 간직하는 것과 재생하는 것에 다른 성질의 것이 작용되는 것은 아닐까

작은 폭력과 짓꿋은 말들, 아픈 모든 것들이

당시엔 과장되어 아주 모질고 나쁜 것으로 저장되는 듯 한데...

기억은 그렇하지 않다.

두산백과사전에 기록된 것처럼 

기억할때의 상황이 저장할때의 상황과 달라지면

기억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일까

내가 그 당시와 비슷할정도로 민감하고 연약하고 상처받기 쉽고 공격적인 상태라면

그날의 상처가 또렷이 기억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또렷함 조차도

따뜻한 성질로 다가온다

아픈데 따듯하다


오빠는 따듯하다

나한테 모질게도 굴고

차갑게도 굴었던 오빠이지만

내 연락을 죽도록 피하고 나로부터 멀어지려 애쓰느라

나의 상처따위는 관심도 없었던

본인 역시 깊은 상처를 받았던

오빠이지만


나에게 이젠 그 기억이 장기기억이 되면서 따듯하고 아프지 않은 것이 되었다.


지속적으로 나에게 폭력으로 대하던 엄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따뜻함을 느끼진 않지만

날카롭고 아픈 기억들은 거의 없다

피멍이 들때까지 맞고 머리를 맞고 뜯기고 다리미로 지지고 넘어지고 깨지고 한 기억들 

한번도 사과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냥 눈물만 조금 맺힐뿐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의 장기기억은 신비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미지는 오래 되어도 바래는 속도가 느린데

감각은 날이 지날수록 무뎌지는 성질 때문일까

기억이란 이미지와 감각(통각+청각+후각+미각)이 복합된 것일텐데

결국 이미지는 감각을 품고서 견디는 것인걸까

그래서 모든 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아련해지는 것일까

그날의 소리가 아무리 귀를 찢고 그날의 냄새가 아무리 어지럽고 그날의 맛이 아무리 역겨웠다해도

무엇보다 그날의 통증이 미칠듯이 아프고 쓰려서 토하듯 울어냈다 해도

이미지로 만들어진 감각의 총체는 따듯함이다.


     아 진정 그래서 내가 그토록 이미지에 끌렸던 것이었구나. 기억의 프로세스가 그러하기에...


     오빠는 진정한 장기기억이다

     오빠에 대한 기억중에 하나도 차가운 것이 없다.

     모든 안좋은 상황에서 오빠를 떠올린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그 이미지 때문에...

     그를 기억한 나의 이미지 작용 때문에

     나의 이미지 작용만이 특별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그 수많은 기억을 지니고도 웃으며 살아내는 것이다. 

     

     감정과 관련된 기억이 강력히 저장된다고..

     그렇다면 좋은 감정은 나쁜 감정을 이겨내는 것이 분명하다.

     하나님이 우리를 용서하고

     죄인을 사랑하셨듯이 우리가 그러한 본성을 닮은 것이다.

     모든 버려지는 사람들과 자살당하는 사람들은 용서받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에게 용서받을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자신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용서받을지 우리는 결정해야한다

     죽임당하고 버림당한 모든 사람을 애도한다

     나는 나를 애도할 수 없어 나를 애도해줄 대상을 찾기 위해 여전히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나를 애도해줄 대상을 찾았으나

     그는 아직 나를 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그를 애도할 것이다

     나는 애도되지 못한다해도

     내가 그를 애도함으로

     마음의 한켠을 위안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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