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오빠=몸

misfortune4 2013. 3. 1. 20:54




오빠가 예전처럼 돌아갈때마다 가슴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른다. 전화기는 꺼있고, 수십번만에 받는 목소리는 술에 절은 소리. 몇년 전에는 자주 반복되었던 일이다. 나는 음식을 버리고 잠을 자거나 오빠 동네로 가곤 했다.
오빠가 오자마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칼을 꺼냈다. 이상할정도로 칼을 보자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약을 한달치 받아서 죽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단번에 죽으며 피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여전히 주점에 있는 오빠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취하면 어떤 괴물이 와도 안아줄 위인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오빠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약속은 약속만은... 목에 칼이 와도 지킬 수 있는 강단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빠가 왔다가면 집에 복잡한 냄새가 난다. 남녀가 섞인 냄새... 나는 그렇게 울고 미워했던 오빠의 몸을 너무나 원하며 오빠가 고이 봉투에 넣어 준 상품권으로 사온 와인을 마시고 있다. 오빠가 미웠다. 그래서 오빠를 사랑하기 위해 다시 마사지를 시작했다. 오빠의 몸을 만지면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점차 회복되는 것을 느낀다. 오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 거절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 미운 것이다. 오빠 몸은 누가 뭐래도 내가 길들인, 내가 애무한, 내가 ..... 해준 내 사랑이다. 오빠의 몸을 사랑한다. 오빠는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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